[돌의한수④] "고려청자 무늬 새기듯…바둑판 두세 달 수작업"

24년 외길 인생 '목상감 바둑판' 장인 배정균 씨
상감기법으로 영구적 사용…최고제품은 1억원 넘어
"자부심 가지고 끝까지 혼 담아 만들 것"
  • 등록 2014-07-25 오전 7:03:30

    수정 2014-07-25 오전 7:38:57

배정균 고려명반 대표.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우리나라에도 명품 바둑판이 있다는 걸 세계에 알리고 싶다.”

24년간 오직 바둑판 제작에만 매달려온 배정균(52) 고려명반 대표. 그는 국내서 유일하게 ‘목상감(木象嵌) 바둑판’을 만드는 장인이다. 한국 바둑의 실력은 세계에서 최강으로 손꼽힌다지만 고유의 바둑판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직접 바둑판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배 대표는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전통 목공예기법을 살려 100% 수작업만으로 바둑판을 만든다. 먹줄이나 옻줄 대신 가로·세로 19줄씩 홈을 판 뒤 여기에 흑단나무를 박아 넣어 바둑판을 완성한다. 이렇게 박힌 나뭇조각이 바둑판의 줄이 되는 셈이다. 흑단이 들어가고 약간 남은 공간이 울림통 구실을 해 바둑을 둘 때는 일반 바둑판보다 훨씬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난다.

“바둑을 자주 둘 경우 일반 바둑판은 1~2년 내에 선을 다시 긋거나 새로 사야 한다. 하지만 목상감 바둑판은 상감기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바둑선을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또 나무의 색이 빛에 반사되지 않아 장시간 바둑을 둬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바둑판이 갈라지거나 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배 대표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취미로 즐겨왔던 목조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국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대학졸업 후 회사생활을 하던 1990년 어느 날 ‘비자(榧子) 나무로 만든 일본산 바둑판을 최고로 친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고 목상감 바둑판을 구상했다. 이후 한국기원 등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고 5년간 집요한 연구 끝에 마침내 목상감 바둑판 개발에 성공했다. 바둑판 300여개를 망가뜨린 뒤에야 이뤄낸 성과였다. “일본의 경우 옻줄 바둑판이라는 전통기술이 있다. 그게 명맥을 이어오면서 최고의 바둑판으로 인정받아 왔다. 우리나라 역시 우수한 목공예기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목상감 바둑판은 주문을 받아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공을 쏟아야 한다. 10년 이상 자연 건조된 비자나무판에 줄을 새겨 바둑판 하나를 만드는 데는 보통 두세 달이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목상감 바둑판의 가격은 200만~500만원 선. 고급 비자나무로 제작했을 경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건 물론 1억원을 넘는 것도 있다.

배 대표의 꿈은 ‘목상감 기법’ 보유자로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이다. “인간문화재까지 된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저 꿈이다. 하지만 전통기법을 살려 명품 바둑판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끝까지 혼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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