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가 KDB대우증권(006800)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미래에셋증권(037620)과 KB금융(105560)지주와의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한국금융지주가 대우증권까지 품게 된다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자금 조달 여력은 경쟁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대우증권 매각사인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으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전부다. 매각 가격은 최근 대우증권 지분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합해 2조원대로 예상된다. 예비입찰서 제출 마감일은 다음 달 2일이다.
문제는 한국금융지주가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의 주식을 30%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으로 확보 가능한 자금은 실제 대우증권 인수자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다른 카드들도 마련해야 한다. 배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 상반기 말 기준 1조 6000억원 가량 쌓여 있긴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배당성향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배당만 놓고 본다면 KB금융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지난해 LIG손해보험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비은행 자회사인 KB국민카드로부터 3000억원의 중간배당금을 받았다. 이번에도 필요하다면 4000억원 이상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국민은행도 비슷한 수준으로 배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지주의 추가 차입 여력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지주회사의 투자 여력을 보는 지표인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투자주식 대비 자기자본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114.3%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은행들이 과도한 부채 조달을 통해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거나 지원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로 통상 금융당국은 경영실태 평가할 때 120% 미만을 1등급, 130% 미만을 2등급으로 지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금융지주가 자기자본을 늘리지 않고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최대 130%로 유지한다는 선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4500억원 정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가 단독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 최소 30%는 지주회사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금조달 측면에서 제한이 많다”며 “1조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한국금융지주와 달리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당 기간 검토한 후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안다”며 “자금 조달 관련해서는 자본금과 차입금을 적절히 섞는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으며 인수후 대우증권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