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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1차 협력사 협의체인 협신회는 설 연휴 직전 한국자동차산업조합을 통해 청와대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협신회는 “20만 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한국GM의 존립은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와 산은의 (자금 지원)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명확한 중·장기 투자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GM은 1~2개 신차를 한국GM에 새로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담당 사장은 이르면 이번 주 방한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 노조는 노숙투쟁 시작
이런 가운데 한국GM 노조는 노숙투쟁을 시작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움직임이다. 경영난 속에서도 강성 노조 문화를 고수하며 고임금·저생산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점이 10년 전 쌍용차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22일에는 대의원회의에서 총파업 안건을 회의에 올리고,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 운동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2월 안으로 노사합의를 하고자 하는 사측과 달리 노조는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 경우 한국GM도 본사에 신차 배정 등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요청할 명분이 사라지고, 이는 정부의 지원도 막는 길로 이어져 앞으로의 ‘정상화 시나리오’에 큰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양보 없는 노조 “정부·본사 지원”만 외쳐대
한국GM 노조의 이러한 강경 투쟁 전개는 10년 전 ‘옥쇄파업’으로 공권력 투입까지 이어졌던 쌍용차 노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 76일간 구조조정에 반발해 평택공장 점거농성을 벌였고, 결국 조합원 64명이 구속되면서 사태가 끝났다. 한국GM 역시 군산공장 폐쇄 및 한국시장 철수 문제를 놓고 노사의 극한대립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비극이 다시 초래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GM 본사도 고임금 구조를 깨지 않으면 한국 시장에 남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2월 데드라인’을 걸고 임금 동결 및 성과급 축소 등을 담은 노사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조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도 한때 옥쇄투쟁으로 죽어가다 새로운 노조가 탄생해 상생 노사관계를 구축, 7년 무분규 임단협 체결로 고정비를 줄이고 티볼리와 렉스턴 G4 등 신차 개발 투자로 흑자 전환한 것이 좋은 사례가 됐다”며 “한국GM 노조도 노사 관계의 변화 없이 조건 없는 본사나 정부의 지원만을 바란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