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낙태수술 거부 한달…불법·가짜 낙태약 기승

의사 낙태수술 거부 선언후 낙태약 찾는 여성 늘어
낙태약 불법 판매 사이트 버젓이 영업…가짜 낙태약도 유통
전문가 "판매 사이트 단속 등 정부 대책 마련해야"
  • 등록 2018-09-28 오전 5:00:00

    수정 2018-09-28 오전 8:11:22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125명이 경구용 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프진’을 복용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전면 거부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산부인과 진료실에서는 수술을 원하는 환자와 의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비밀리에 수술을 해주는 일부 병원에서는 위험부담을 이유로 30만~40만원선인 수술비를 수백만원대로 높여부르는 일도 벌어진다.

특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한 여성들이 대안으로 낙태약 구입에 나서면서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낙태약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수술 ‘비도덕적 의료행위’료 규정하고, 낙태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 1개월간 자격을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공표한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복지부의 이같은 결정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비도덕적 의사가 될 수 없다며 낙태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맞섰다. 복지부가 재빨리 처분을 당분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회는 수술 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한해 16만건이 넘는 ‘불법’ 낙태수술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원치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불법 낙태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등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에서 낙태약의 처방과 판매가 불법이지만 이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낙태약을 검색하면 낙태약을 홍보하는 사이트만 10여 곳이나 된다. 낙태약의 가격은 1회분에 30만~60만원선이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표적인 낙태약은 미프진이다. 미프진은 1988년 프랑스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자연유산 유도약으로 독일, 미국, 영국, 스위덴 등 61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프진을 판매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는 평소 주당 40건에 불과했던 구매 상담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수술 전면 거부 선언 이후 7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통해 미프진을 구매했다는 김모씨는 “낙태약 구매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불안했지만 병원에서 낙태수술을 거부해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효능을 알 수 없는 가짜 낙태약들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 낙태약의 경우 과다출혈이나 심근경색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은 “낙태약이 합법인 나라에서는 정식 유통경로를 거쳐 약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불법판매하고 있는 낙태약은 가짜일 가능성이 큰 만큼 구입하거나 복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동국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만약 임신한 여성이 수정란이 자궁이 아닌 다른 곳에 착상하는 자궁 외 임신이었을 때 미프진을 먹으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약이 정품이라 해도 부작용의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에 의사의 상담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낙태약 판매가 엄연한 불법인데도 정부가 왜 방치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판매 사이트들을 단속하거나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정품 낙태약을 판다고 홍보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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