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집, 계속 살고 싶으세요?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집은 최초의 세계다.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집’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자궁에 있을 때 무의식이 형성한 이미지로 어떤 공간에 감싸인 듯 안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에는 그 집만의 이야기가 있다. 대문의 위치부터 마당의 꾸밈, 집 안에 들인 가구에서도 주인의 취향과 삶의 흔적이 담긴다. 건축이 집을 짓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유다.

인문학자와 한옥건축가가 우리가 정말로 살고 싶은 집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평생 다섯 채의 집을 지으며 살 곳을 고민한 퇴계 이황부터 유년시절 살던 공간을 내내 그리워했다는 작가 생텍쥐페리까지 동서양을 막론해 예를 뒀다. 그리고 묻는다. 인간에게 집은 과연 무엇이며 어떤 곳인가.

책은 아파트가 보편화한 현재의 한국을 보며 ‘21세기 노마드 시대’라고 했다. 유목민처럼 여러 집을 전전하면서 삶의 기억을 축적하지 못하고 흩날려버리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사람과 교류하지 못하는 집에는 인문학의 향기가 퍼지지 않는단다. ‘홈’이 아니라 ‘하우스’가 돼버린 이 시대의 집이 수십 년 후 사회적인 재앙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거다.

33번 이사를 다니며 느꼈던 집에 대한 이야기에 저자들의 삶을 담았다. 벽돌을 쌓듯 집 짓는 과정을 설명하니 오히려 공간이 더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