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중심사회' 총아로 각광받던 NCS..왜 찬밥신세가 됐나?

35개 NCS, 교육·훈련·자격 분야서 활용실적 전무
활용도 안한 NCS 개발에 26억원 지출…예산낭비 지적
감사원 “고용부에 활용도 따라 NCS 개편하라” 통보
  • 등록 2019-02-27 오전 2:00:00

    수정 2019-02-27 오전 8:31:06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목표로 도입한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NCS 개발 이후 지금까지 단한번도 활용 실태 조사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관리에서 손을 놨다. 정권이 바뀐 이후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 및 활용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고용부는 2018년 3월 현재까지 개발된 NCS의 활용 실태를 한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NCS 종목 폐지는 아예 기준조차 없어 2018년 7월까지 폐지된 NCS 종목은 전무하다.

◇지난 5년간 NCS 개발·활용 예산 2조3660억원 달해


NCS는 국가가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지식·기술·태도)을 도출해 산업별 직무의 내용·범위·수준을 표준화한 것이다. 직업교육훈련과 국가기술자격이 산업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교육훈련-자격’을 일치시키기 위해 정부는 2013년에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2015년부터는 공공기관에 NSC 기반의 능력 중심 채용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까지 개발된 NCS 897개 가운데 3.9%(35개)는 개발 이후 교육·훈련·자격 등 모든 분야에서 한 번도 활용된 적이 없었다. 자격 분야에서 한 번도 활용되지 않는 NCS는 51.5%(462개)에 달했다. 채용 분야에서 활용되지 NCS는 39.8%(357개)였다. 산업현장에서 활용도가 낮거나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 NCS는 폐기하거나 개편해야 한다.

지난해 2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NCS 개선 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해당 산업 분야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NCS 개선을 검토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활용도가 낮은 NCS가 제대로 개선·폐지되지 않고 있어 NCS 개발의 효과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예산 낭비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는 NCS 개발 예산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무려 544억원을 지출했다. NCS 개발과 활용 정책 예산까지 모두 합하면 5년간 2조3660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활용되지도 않는 NCS 학습모듈 개발 비용으로 26억원이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고용부장관에게 개발된 NCS 활용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라고 통보했다. 또 활용도가 저조한 NCS에 대해선 개선·폐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을 받아 NCS 개선을 위한 관련 기준과 절차 만들 예정”이라며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향후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NCS개선 TF’팀을 이번 달까지 운영, 다음달 중순까지 보완 계획서를 감사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자료=감사원 감사보고서
국가기술자격과 NCS 연계도 미흡

NCS를 기반으로 한 국가기술자격 연계 역시 미흡했다. 고용부는 2013년부터 NCS 개발을 총괄하고 국가기술자격을 NCS 기반으로 개편하는 업무를 추진 중이다.

자격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는 산업현장의 직무 능력 수요와 국가 기술 자격 제도 간 불일치를 없애기 위해 자격제도를 NCS와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영국은 NCS와 일치하는 자격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고, 호주에서는 NCS를 반영한 자격 관련 교육훈련을 이수하면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NCS와 연계된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고용부는 국가기술자격을 NCS 기반으로 신설·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연계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그 결과 2014~2017년 신설된 미용사(네일) 등 7개 종목은 관련 NCS가 없거나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NCS가 아닌 직무분석을 통해 자격을 신설했다.

감사원은 고용부 장관에게 NCS가 없거나 부적합한 경우에 소관부처와 협의해 NCS를 개선·개발하는 등 국가기술자격 신설·변경과 NCS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공공기관 무기계약 채용땐 NCS 기반 채용 안해…고용부 점검도 부실

기획재정부는 2015년부터 공공기관에 NCS를 기반으로 채용이 이뤄지도록 운영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 2017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30개 공공기관의 2156건의 채용공고를 채용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공기업에서는 정규직(경력), 무기계약직에서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각각 48.9%, 68.1% 채용공고에서 직무기술서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등 NCS를 기반으로 인재를 뽑지 않았다. 준정부기관의 경우에는 정규직(신입)의 55.3%, 무기계약직의 61.6%가 NCS 기반 채용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용부는 공공기관의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실태를 점검하면서 무기계약직을 제외한 정규직(정규직·채용형 인턴) 채용공고만을 대상으로만 확인했다. 필기전형 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점검을 하지 않았다.

일부 공공기관에서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제도 도입 취지를 저해함에도 고용부는 점검도 하지 않은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역점과제로 추진하던 NCS에 관심이 덜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 포커스가 다른 곳으로 넘어간 탓”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NCS 관련된 의견을 들어 감사원이 적절한 지적을 한 것”이라며 “고용부를 비롯한 정부는 감사원에서 지적한 부분을 보완해서 NCS를 개편·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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