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백드롭]대선 정국 `고발 사주` 블랙홀 속으로

與 "검찰 농단" vs 윤석열 "정치 공작" 벼랑 끝 대치
문건 진위·전달 여부·유출 경위 주장 제각각
지리한 정치 공방 속 강제수사 불가피
  • 등록 2021-09-04 오전 7:30:00

    수정 2021-09-04 오전 7:30: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검찰 농단`인가 `정치 공작`인가.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제기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선 정국이 급격한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뉴스버스는 지난해 4·15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윤 전 총장 재임 시절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범 여권 정치인들의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차장 검사)으로 있던 손준성 검사가 당시 송파 갑 김웅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인이 기재되지 않은 고발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건넸는데, 고발 대상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등이 포함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버들다리(전태일다리) 내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묵념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고발 사주`로 국면 전환 노렸나…엇갈리는 해명

지난해 4월은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 의혹을 받은 `검·언 유착` 사건 등으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갈등이 증폭되고,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시점이기도 하다. 갈등의 상대방이자 자신을 비판하는 데 앞장 선 범 여권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국면의 반전을 꾀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당시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도된 손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와 김 의원의 설명은 엇갈린다. 손 검사는 언론에 “황당한 내용”이라며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 의원은 해당 보도 당일 의원실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당시 의원실에는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면서 “정보 제공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달받은 대화창은 모두 지웠기 때문에 현재 문제 되고 있는 문건을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보 받은 자료라면 이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당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문건을 전달받은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 고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고발 문건 유출은 어떻게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우선 손 검사와 김 의원, 김 의원이 전달했다는 당직자가 문건 유출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당사자인 손 검사를 제외하면 김 의원과 당직자로 좁혀진다. 유승민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탓에 김 의원을 향한 의구심의 눈초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공산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김 의원은 “나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현 검찰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손 검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자료가 뉴스버스 측에 전달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해 11월 `판사 불법사찰` 논란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검찰이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한 자료 가운데 일부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스버스 이진동 발행인은 지난 2일 TBS 라디오 `신장개업`에서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에게 획득한 것”이라면서 “전적으로 제보라기보다는 일상 취재가 그렇듯이 대화 과정에서 나온 얘기를 듣고 사실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뉴스버스가 (김 의원에게 자료를 받은)당직자 측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4월 3일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고발장 일부. (자료=뉴스버스)


벼랑 끝 대치…어느 한 쪽 치명상 불가피

의혹의 핵심은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다. 여권은 `국기 문란이자 정치 공작``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씨의 신군부 하나회와 비교할 만한 사건`이라고 파상 공세에 나섰지만, 윤 전 총장은 “(증거가) 있으면 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조사를 해서 무관함이 밝혀지면 제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들이 물러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법무부와 대검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만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는 끝장 대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법사위가 6일 긴급 현안질의에 나서기로 했지만, 여야 간 정치 공방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나 공수처가 진상 규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연루 고리가 발견될 경우 대선 가도에 결정적 위기를 맞겠지만, 반대의 경우 여권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 때까지 대선 정국은 `고발 사주` 의혹 블랙홀로 빨려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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