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서도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론화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정과 탈원전 정책은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정책 틀에서 벗어나는 로드맵도 조만간 확정할 것이라 한다. 여기에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며 신규원전 6기의 건설 백지화 및 노후원전 10기의 수명연장 불허 방침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렇다면 공론화를 통해 바뀐 것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뿐이다.
원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의지는 나무랄 데 없지만 의욕만을 앞세워 너무 서둘러서는 곤란하다. 공연히 전력요금만 높이게 됨으로써 우리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훼손하고 가계에 부담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지나 않을까 미리부터 걱정이다. 이번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면서 3개월 동안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론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고 하지만 그 비용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탈원전 정책을 섣불리 추진한다면 비슷한 결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