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유리'로 돌아온 박범신 "아나키스트 꿈꾸는 내 모습 투영"

만주사변부터 박정희 정권 시대 배경
부패한 권력과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아직도 '짐승의 시대'…고통을 느껴"
'유리' 이전·이후 시대 3부작으로 계획
  • 등록 2017-11-30 오전 5:30:00

    수정 2017-11-30 오전 5:30:00

소설가 박범신이 장편 ‘유리-어느 아나키스트의 맨발에 관한 전설’을 들고 독자에게 돌아왔다.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만난 박 작가는 “44년 작가 인생의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유리’를 소개했다(사진=은행나무)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44년 작가 인생의 획을 그은 작품이 ‘유리’다. 그만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거침없이 썼고, 이 소설을 통해 소설가로서 나의 삶을 완성할 수 있었다.”

소설가 박범신(71)이 장편 ‘유리-어느 아나키스트의 맨발에 관한 전설’(은행나무)을 들고 독자에게 돌아왔다.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만난 박 작가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와 출간 직후 쏟아지는 잡무로 인해 한 시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했다.

박 작가의 43번째 작품 ‘유리’는 20세기 초 가상의 공간인 수로국과 화인국, 대지국을 떠돌던 아나키스트의 삶을 그린다. 일제강점기 이후 100년의 근대사를 조망한다. 친일파인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인공 ‘유리’가 친일파가 자행하는 끔찍한 행태에 분노와 환멸을 느끼고 큰아버지를 총으로 쏴죽인 뒤 만주로 도망가는 내용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이 소설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모바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돼 9만 명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0월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불거진 문단 성추문 논란으로 연기됐다. 박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6·25전쟁, 박정희 정권 시대 내용을 추가했다. 340쪽 분량이던 소설은 588쪽으로 늘었다.

박 작가는 주인공 ‘유리’에 아나키스트를 꿈꾸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말했다. “소설가의 삶이란 결국 단독자의 운명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세상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단독자가 되기를 갈망했다. ‘유리’는 그런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담은 인물이다.”

‘유리’를 쓰는 일은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시대를 ‘짐승의 시대’로 부르고 싶다. 그럼 지금은 ‘인간의 시대’인가. 아니다. 아직 ‘짐승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짐승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현실에 눈을 뜨면서 고통은 찾아왔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유리’는 무겁기만 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주인공은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깊은 산 속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마을 도원동이 등장한다. 이런 요소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낸다. 덕분에 ‘유리’는 10~20대 독자가 꽤 많다. 박 작가는 “카카오스토리 플랫폼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누구나 읽기 쉽게 쓰려 노력했다”며 “많은 연령이 소설을 좋아해 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웃었다.

‘유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박 작가는 ‘유리’를 3부작으로 계획하고 있다. 박 작가는 “책을 내고 나니 미진한 부분이 보이더라. 그 부분이 아쉬워 ‘유리’의 아버지 시대와 손녀 시대의 이야기를 추가로 구상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유리’의 남은 이야기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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