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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은 사실상 국내 내수가 견인
12일 삼성전자·LG전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2017년 매출은 각각 239조 5743억원, 61조 396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나란히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년과 달리 국내 매출 비중은 증가한 반면, 북미와 중국의 비중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과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실제 이들 두 회사 매출에 미친 영향이 처음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북미와 중국 지역에서의 실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던 곳은 LG전자다.
LG전자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원동력은 국내 내수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매출은 2016년 14조 5930억원이었지만 2017년엔 20조 2610억원으로 무려 5조 6680억원이나 급증했다. 매출 비중도 26.4%에서 33.0%로 6.6%포인트 늘며 북미를 제치고 최대 수요처로 자리매김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지난해 미세먼지 이슈 등에 힘입어 건조기와 프리미엄청소기 등 생활가전의 국내 매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비록 전체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글로벌시장에서의 수출 증가보다는 내수시장에서 선전한 부분이 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총액에선 미국과 중국 모두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매출 비중은 두 곳 모두 나란히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북미 시장 매출은 2016년 68조 7286억원에서 2017년 81조 19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비중은 34.1%에서 33.8%로 다소 줄었다. 또 중국 매출은 같은기간 35조 5832억원에서 38조 3437억원으로 늘었지만, 비중은 17.6%에서 16.0%로 역시 감소했다. 반면 국내 내수 시장 매출은 20조 2018억원에서 31조 5452억원으로 10조원 이상 증가했고, 비중도 10.0%에서 13.2%로 3.2%포인트 늘었다.
올해 통상 압박 본격화…일자리 해외 유출 위험까지
업계에선 미국이 우리 정부가 요청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통상 압박이 본격화 돼, 올해 상황이 더 악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서명한 세이프가드 포고문에 대해 미국 측은 축소·수정·종결 시한인 지난 4일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방침을 밝혔지만 미국 수출 물량의 관세 폭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올해 삼성·LG전자의 세탁기 중 연간 120만 대 초과 수입 물량은 50%, 이하 물량은 20% 관세를 적용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삼성·LG전자와 같은 글로벌기업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좁은 내수 시장으론 극복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통상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기업은 관세 영향을 안 받는 미국 현지 등으로 생산 시설 이전 등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일자리 감소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