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정년 65세 연장 여부 공방…"시대변화 반영" Vs "시기상조"

대법 전원합의체, 29일 공개변론…손해배상 기준 연령
복지공단·변협 '찬성' 의견..하급심 '65세' 판결 증가세
1989년 '정년 55→60세' 판례변경 후 29년째 불변
  • 등록 2018-11-30 오전 5:00:00

    수정 2018-11-30 오전 5:00: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능 연한(가동연한)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현재의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하는지를 두고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치열한 변론이 벌어졌다. 연장 찬성 측은 시대 변화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반대 측은 과잉배상 가능성이 우려하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로 대법정에서 열린 가동연한 관련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서 가동연한의 65세 상향 여부를 두고 찬반 측의 치열한 변론이 이어졌다. 이번 공개변론은 2015년 수영장에서 사망한 아동(당시 4세)의 유족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제기한 손해배상,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40대 후반의 일용근로자(당시 49세) 유족이 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이뤄졌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래 만 55세로 보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이후 현재까지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 등을 중심으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본 대법원 판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하급심에서도 평균수명 증가, 경제 수준과 고용조건 등의 변화를 근거로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하는 판결이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가동연한 변경 여부 관련 두 건을 지정해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찬성측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60세는 쉴 수 있는 나이 아냐”

이날 공개변론에서 원고 측 대리인은 노희범 변호사는 “(가동연한 60세 판결이 나온) 1989년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은 현시점에 많이 변화됐다”며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최소한 65세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평균수명도 당시보다 10세 이상 증가했고 경제규모, 산업구조도 크게 변했다”며 “이런 변화는 고령 노동 수요를 계속 증가시키고 있고, 실제 고령 노동자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당시는 9.3%였지만 올해는 21.2%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의 입법 실무에서도 가동연한의 60세는 더 이상 유지가 안 된다”며 “미국 법원의 실무는 대체로 65세, 영국은 60~72세 중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독일과 일본도 67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유례없는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이제 60세는 은퇴해서 삶을 즐기며 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며 “우리 사회 곳곳을 보면 가동연한 60세가 가진 현실과의 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 경비원, 단순 일용직 노동자 상당수가 60세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반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에 관한 경험칙 등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피고 측 대리인인 김재용 변호사는 “평균 연령이 1989년 판결 당시보다 증가했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유병기간을 제외한 수명인 건강수명은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라고 주장했다. 이옥주 변호사도 “많은 국민들은 가동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엔 여러 가지 함정이 있다”며 “실제 육체노동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우리나라의 육체노동 가동연한 문제에 외국 사례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대측 “하급심서 유동적 적용…판례변경 불필요”

그는 “재판 실무적으로 볼 때도 경험칙 변경의 필요성은 사실상 거의 크지 않다. 60세 근접이나 60세를 초과하는 경우 사고 당시부터 2~3년을 추가해 가동연한을 인정하고 있다. 중간 세대의 경우 가동연한을 늘리는 것에 유의미한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과잉배상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는 “육체노동자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계산은 재판 실무상 가동일수 주 25일을 기준으로 해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과 다르다. 또 고령자는 30~40대보다 쉬운 일이 종사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일실수입 계산에서 가동연한만 고려한다면 과잉배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동연한 연장과 정년연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피고 측 김재용 변호사는 “현재 60세 정년이 대부분인데 가동연한의 연장으로 정년이 연장된다면 이에 대한 현재 우리사회 합의수준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이는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이에 원고 측 윤영식 변호사는 “가동연한은 피해자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느냐일 뿐이고, 정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라며 “가동연한 연장이 정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이를 이유로 가동연한 연장을 반대하는 건 마땅치 않다”고 일축했다.

또 가동연한의 증가가 청년실업률을 높이게 될지를 두고도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피고 측 김 변호사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이 잠재적으로 청년실업률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청년취업의 어려움을 발생시킬 여지가 있다”며 “국민과 기업, 정부의 경제적 부담 증가가 이뤄질 수 있어 거기에 대한 대비가 현재로선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청년과 노년층의 근로환경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가동연한 변경이 청년실업과 관련 없다는 보고도 있다”며 “가동연한 변경은 노년층에 정당한 근로소득을 권장하게 됨에 따라 실질적 복지국가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변론을 앞두고 대법원의 요청에 따라 제출된 7개 기관의 의견서 내용 일부도 공개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사회·경제적 현실 변화 반영해 65세 상향 조정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변호사협회·한국법경제학회는 가동연한 상향 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기준을 내지 않았다. 반면 손해보험협회는 “최소 1.2%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등의 경제적 부담 증가가 예상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추가적인 심리를 거쳐 추후 선고기일을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통상적으로 변론 후 3~6개월 사이에 판결 선고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초에 이번 사건에 대한 결론이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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