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중앙은행]②세계경제 먹구름에 중앙은행 구원투수 '재등판'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 동반 침체 우려 커져
ECB 등 각국 중앙은행 경제침체 우려에 선제적 돈풀기
돈풀어 경기부양 한계…진짜 위기 때 정책수단 제한 우려도
  • 등록 2019-03-11 오전 5:00:00

    수정 2019-03-11 오전 10:15:20

[이데일리 김경은 정다슬 기자] 세계경제가 높아진 무역장벽 등의 영향으로 둔화조짐을 보이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출구전략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쏟아 붓는 방식의 경기부양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당장 경기 둔화 국면에서 돈줄을 죄면 한계기업들의 도산과 이에 따른 은행들의 부실화로 경기침체를 부채질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경제 동반 침체 우려 커져

세계 경제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호황을 구가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발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주요 수출대국의 수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10월 수출액 기준 10대 수출대국 중 3위인 독일(-3.3%), 4위인 일본(-0.2%), 7위인 프랑스(-0.6%), 8위인 이탈리아(-2.2%), 9위인 홍콩(-1.1%), 10위인 영국(-0.01%) 등 6개국의 수출이 11월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 교역대상인 중국도 심상찮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수출액은 483억7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한 데 이어 1월 수출액도 463억5000만 달러로 전년 1월보다 5.8% 줄었다. 중국은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4.4% 감소했다. 중국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유럽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산업생산 둔화와 경제심리 악화로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OECD는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0.8%포인트 낮춘 1.0%로, 유럽중앙은행(ECB_은 지난 7일(현지시간) 0.6%포인트 낮춘 1.1%로 수정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경기침체 우려에 돈 풀기 나선 ECB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길고 깊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7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양적 완화 종료를 공식 선언한 지 3개월 만에 사실상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ECB는 새로운 경제 부양 수단으로서 오는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s·Targeted longer-term refinancing operations)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TLTRO는 가계와 기업 등에 더 많은 대출(주택담보대출 제외)을 하는 은행에 정책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 시행된 바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의 정책금리인 ‘레피’(Refi) 금리는 0%이기 때문에 은행은 이에 따라 대출 자산의 30%를 제로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ECB로부터 차입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TLTRO의 만기 상환(2020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세 번째 TLTRO 발표로 채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던 유로존 은행은 숨통이 트였다.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은행은 대출을 줄이거나, 가계 대출이자를 높여 유로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대출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어 ECB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CB의 7일 통화정책 방향은 시장의 예상을 넘는 것이었다”며 “긴축은 중단하고 향후 전망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돈풀어 경기부양 한계…진짜 위기 때 정책수단 제한 우려도

범유럽 은행 주가지수인 ‘스톡스 유럽600 뱅크인덱스’(STOXX Europe600 Bank Index)는 이 발표가 나온 후 이틀에 걸쳐 4%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 또한 경기 둔화 우려 확산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의 오피니언 편집자인 로버트 버거스는 “시장은 중앙은행이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ECB는 3조유로(3827조)에 달하는 돈을 은행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유로존은 그동안 거의 성장하지 않았고 현재 ‘일본형 불황’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 대출은 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이 아닌 차주의 신용도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TLTRO가 은행들에는 좋은 일이지만 경제 회복을 돕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유럽만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가 아니다. 그동안 중앙은행은 그야말로 ‘돈을 찍어내며’ 경제를 부양했지만 경제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게다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조달러를 쏟아부은 ECB의 자산규모는 이제 총생산량(GDP)의 40%에 달한다. 일본은 일본은행(BOJ)의 자산이 GDP보다 더 커졌다. 미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전 GDP의 6%였던 연방준비위원회(Fed) 자산이 19.4%까지 늘어났다. 이것도 전 세계에서 가장 회복세가 빨랐던 미국이 그나마 일찍 긴축을 시작한 결과다.

기준금리 역시 2008년 이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미국 기준금리는 2.5%로 2008년 이전(5.25%)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유럽은 0%, 일본은 마이너스(-) 0.1%다. 예금금리는 이보다도 낮아 은행에 돈을 맡기기 위해서는 이자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2008년 8월 5.2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 1.5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중앙은행들도 전면적 금융완화보다 선별적 자금공급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ECB의 TLTRO 역시 지난해 말 종료한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보다는 약한 완화 수단으로 평가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예측을 벗어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수많은 잠재 리스크들이 어떤 모습의 ‘위기’의 형태로 되돌아올지 예단이 어려운 것이 지금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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