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발레리노'서 사업가로.."한국판 볼쇼이 발레학교 만들고파"

국립발레단서 퇴단한 발레리노 정영재
10년 정든 발레단 떠나 '발레앤모델'로
"한국 무용계 발전 위해 역할 하고싶어"
  • 등록 2019-11-14 오전 12:30:01

    수정 2019-11-14 오전 12:30:01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한 정영재 솔리스트·수석무용수가 마지막 공연이었던 ‘호이 랑’ 커튼 콜에서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사진=국립발레단)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볼쇼이 발레학교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8년 과정의 발레학교를 만들 겁니다. 발레에 적합한 몸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배워 예술적 기량을 쌓을 수 있어야 해요. 우리도 외국처럼 18세에 발레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프로 무용수로 데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발레 경쟁력이 생겨요”

지난 10일 ‘호이 랑’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한 정영재 솔리스트·수석무용수(36)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차분하게 ‘인생 2막’의 계획을 밝혔다. 퇴단 후 처음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다. “너무 많은 감정이 교차해 아직 얼떨떨하고, 어리둥절하다”라고 말문을 연 정영재는 “10년 전인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면서 ‘10년간 최선을 다하자’라고 각오를 다졌는데, 나와의 약속은 지킨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는 “충남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향후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이제는 때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부연했다.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한 정영재 솔리스트·수석무용수(사진=국립발레단)
정영재는 2007년 뉴욕국제발레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무용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2010년 아라베스크 콩쿠르에서는 대회 사상 최초로 만점을 받으며 ‘그랑프리’와 ‘베스트듀엣상’을 수상했다. 이 때부터 그에겐 ‘만점 발레리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11년에는 한국발레협회 당쇠르 노브르상을 수상하면서 명실공히 국내 대표 발레리노로 꼽혔다. 정영재는 “10년간 국립발레단에서 너무 많은 역할을 했고, 무대 위에서 인생을 배웠다”라면서 “후배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 외에 아쉬움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영재는 조만간 발레영어유치원 운영 기업인 ‘발레앤모델’에 이사로 일할 예정이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 동문인 최준석 씨가 회사 대표다. 정영재는 한국판 ‘볼쇼이 발레학교’를 세우려는 최 대표의 계획에 힘을 보태고 싶어 회사 합류를 결심했다. 정영재는 “해외 무용수들은 발레학교 졸업 후 18세 나이에 프로 댄서로 활동하는 반면, 우리나라 무용수들은 대학에 진학해 공부와 병행하다 보니 실력 차가 크게 벌어진다”라며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프로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레학교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영재는 국립발레단 퇴단 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낼 지 모른다. ‘발레앤모델’ 이사로 경영에 첫 발을 내딛는 것 외에 다른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국내 대학 2~3곳에서 강의를 하는가 하면, 모교인 러시아 올란우데 국립발레학교에서는 졸업 예정자들의 발표회 심사· 안무 등을 도맡는다. 여기에 틈틈이 개인 공연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정영재는 “10년간 몸 담았던 국립발레단을 떠난다는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설레임이 더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부모님께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던 정영재. 서른 여섯 나이에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그는 “춤은 원없이 췄으니, 이제는 한국 무용계 발전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영재가 ‘만점 사업가’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국립발레단에서 퇴단한 정영재 솔리스트·수석무용수가 마지막 공연인 ‘호이 랑’이 끝난 뒤, 국립발레단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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