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망한다… 이후는 블록체인"

TV 종말·인터넷시대 예언한 미래학자
"보안·공짜 치명적인 구글 몰락" 단언
이후는 탈중앙집중 '크립토코즘 시대'
블록체인 암호기술로 '강력보안' 주도
△구글의 종말|조지 길더|504쪽|청림출판
  • 등록 2019-12-18 오전 12:35:00

    수정 2019-12-18 오전 12:35:00

‘IT 트렌드를 내다보는 선지자’라 불리는 미래학자 조지 길더가 ‘구글 몰락’을 예언했다. 공짜정책에 따른 취약한 보안이 발목을 잡을 거란 논지다. 블록체인과 암호가 만발하는 환경에서 이런 나른한 접근으론 더 비틸 수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빅데이터시대는 끝나고 블록체인시대가 올 거라고 단언한다(이미지=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국 스탠퍼드대 동기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8년 설립한 포털사이트. 딱 20년 만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으로 간판을 갈았다. 껍질은 여전히 단순한 ‘인터넷 검색창’이지만 알맹이는 깊이를 알 수 없다. 클라우딩 컴퓨터를 거쳐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을 찍고 우주 엘리베이터, 스마트 워치, 삼킬 수 있는 진단용 알약, 세계 오지 구석구석까지 뻗친 무선 인터넷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사업에까지 닿아 있으니. 직원 9만명과 함께 연매출 125조원, 시가총액 900조원을 찍은 ‘구글’이다.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만 봐도 버거울 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파열음이 들린다. “구글의 시대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구글은 우리 당대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 ‘엄한 주장’을 향한 대부분의 반응은 이럴 테지. ‘아니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억측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구글이 어떻게 망하니.’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다. 가만히 보니 ‘미친 억측’의 논리가 단순치 않다. 그저 한 번 지르다 마는 수준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거다.

‘솔깃’으로 돌아서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저 말을 뱉은 사람에 대한 ‘믿는 구석’ 때문이다. 조지 길더(80). 예고편이 있었다. 1990년대 저서 ‘텔레비전 이후의 삶’(1994)을 통해 TV 시대의 종말과 네트워크 컴퓨터 시대의 개막을 동시에 선언했더랬다. 당시에도 비슷했다. 호기심과 비웃음, 우려를 통째 뒤집어썼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말대로 격변을 끌어안아야 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고 미래학자지만 이후 ‘IT 트렌드를 내다보는 선지자’란 타이틀이 앞에 붙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구글의 종말’을 선언한 거다. 허투루 들리지 않을 수밖에.

그렇다면 근거가 뭔가. 왜, 무슨 이유로, 어떻게 망한다는 건지. 좋다. 구글이 망한다고 치자. 구글 다음에는 누가 치고 올라올 거며, 세상은 어떻게 재편될 건데. 앞으로 인터넷 세계는 어찌 변해갈 것이며, 구글만큼 강력한 세력이 또 등장할 건가.

500여쪽 분량의 책이 바로 그 답이다. 저자가 추론하고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캐낸, ‘검색의 제왕 구글 몰락사건’ ‘구글 이후의 새로운 세상’ 등이 잔뜩 눌려 담겼다.

△빅데이터 시대 가고 블록체인 시대 온다

‘구글 종말’을 확신하게 된, 저자가 꼽은 가장 강력한 이유는 ‘보안’이다. 구글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든 셈인데. 어떤 제도나 체계에서든 보안은 가장 결정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판단에서 출발한다. 초기에 확산을 목적으로 배포한, 모든 것이 다 무료인 세상에선 별 문제될 게 없단다. 메일을 보내든 검색을 하든 뉴스그룹을 운영하든. 그런데 인터넷이 금융거래의 장이 되면서부턴 상황이 달라졌다는 거다. 이런 분위기에도 여전히 보안을 풀고 찾아주는 모두를 환영한다? 가장 호의적인 친절이 치명적인 독이 될 건 자명하지 않겠나.

거슬리는 건 보안만이 아니다. ‘공짜’도 있다. 구글 시대를 지탱해온 게 뭐냐. 커뮤니케이션 우선주의다. 대부분 공짜로 제공하고, 복제하고 옮기고 변형하는 데 제약이 없다. 공짜를 반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일시적인 사탕발림일 뿐. 공짜라는 건 불안정하고 모호하며 금방이라도 사라지거나 변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결국 탈이 나게 돼 있단 소리다. 제 발등을 찍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거란 얘기다.

여기에 수많은 정보를 무료로 들이밀고 사용료 대신 광고에 돈을 지불케 하는 ‘비즈니스 모델’, 중앙에 잔뜩 모아둔 ‘사용자 데이터의 종적 관계’, 인공지능을 위한다는 ‘빅데이터 수집’ 등에도 심각한 우려의 시선을 꽂는다. 사실 이 모두는 구글이 이제껏 공들여온 생존방식이 아닌가. 결국 저자는 구글 존속 자체에 딴죽을 건 셈이다.

취약한 보안 이후의 세상은 당연히 강력한 보안이 될 터. 저자는 그 새로운 시대를 ‘크립토코즘’이란 한 단어로 요약한다. 암호라는 크립토(crypto)와 우주라는 코즘(cosm)의 합성어. 한마디로 암호화를 통해 분권화하는 세상이란 의미다. 그러곤 구글 때와는 정반대라 할 원칙 10가지를 줄줄이 매달아두는데. 정부기관이나 구글에조차 휘둘리지 않는 개인정보의 정체성·안전을 의미하는 ‘보안우선주의’, 도둑에게 가장 가치있는 자산의 위치를 알려주는 격인 중앙집중화를 벗겨버린 ‘탈중앙집중화’, 대가가 없으면 기업은 고객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공짜는 없다’ 등. 이 대목을 빌려 저자는 구글의 경영방침을 낱낱이 해체하겠다는 결단을 감행해버린다. 이제껏 누구에게나 환영받아온 그것 말이다.

구글이 지탱해온 바탕을 날려버리고 경영철학도 부쉈으니, 다음은 ‘누가’가 될 텐데. 화룡점정으로 찍은, 크립토코즘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누구’는 바로 ‘블록체인’이란다. 비로소 등장한 그 세력, 구글을 대체할 절대강자로 저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지명한 거다. 그 선언에는 제법 비장감도 감돈다.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중앙화한 인터넷은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인터넷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큰 그림은 인터넷 세상 뒤집을 대변혁

저자의 큰 그림은 인터넷 세상이 뒤집힐, 앞으로의 대변혁에 있다. 새 그림에서 구글은 그저 빼내야 할 한 항목처럼도 보인다. ‘좋은 게 좋은’ 철학만으로 더이상 살 수 없는 세상을 말하는 듯도 하니까. 사악한 것을 회피한다? 좋네. 사람들에게 공짜세상을 열어준다? 뭐 고맙지.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낫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끝은 뻔할 거란 소리다. 폭망. 천하의 구글이라도 구글로서는 중심을 잡지 못할 세상에 정면승부하지 않는다면 두 눈 빤히 뜨고 지켜보기만 해야 할 결론.

비단 구글뿐이겠나. “소수 거인들의 지배를 받아온 실리콘밸리는 ‘위대한 해체’를 맞고 있다”고도 했으니. 한국의 네이버라면 피해갈 수 있을까. 천만에. 예외는 없다. 물론 이들 발등에만 떨어질 불도 아니다. 구글이 영원할 것처럼 믿고 외줄타기를 해온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기도 하니까. ‘예언이 맞을까’ ‘구글은 정말 망하나’를 예의주시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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