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하숙집은 지금 '바겐세일' 중

대학가 신축 원룸 우후죽순
하숙생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안암·신림 등 원룸 20% 텅텅
임대료·보증금 깎아주기 경쟁
  • 등록 2014-07-02 오전 7:01:00

    수정 2014-07-04 오전 8:59:24

△최근 신축 원룸이 쏟아지면서 기존 원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이 치솟고 있다. 고려대 앞 제기동 원룸 밀집 지역. (사진=임현영 기자)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먹자골목. 월세 세입자를 찾는 전단지가 담벼락 곳곳에 붙어 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았는지 집주인 연락처가 적힌 종이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주변 중개업소로 발을 옮기자 수개월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빈방으로 방치된 원룸 월세 매물이 수두룩하다. 고려대학교 정면 건너편에 있는 이곳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원룸촌이다. 대학생 임차 수요가 풍부하다보니 원래 있던 집을 원룸으로 개조해 월세를 놓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지역에선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인근 고대사 공인중개업소 송양기 대표는 “신축 원룸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기존 원룸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이 지역 원룸은 20%가량이 빈집인데 집주인들이 어떻게든 세입자를 들이려고 월세를 내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근 서울 안암·신림·신촌·왕십리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역(逆)월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수요를 겨냥해 원룸 공급이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빈집이 늘면서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집을 찾는 수요자로선 월세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하락 폭 역시 수요자가 체감하기엔 미미하다.

△대학가 원룸 월세는 하락하는 추세지만 대학생들로선 월세 하락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한 대학생이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후문에 붙은 월세 전단지를 살피고 있다.(사진=임현영 기자)
공급이 수요 웃돌아… 원룸 임대료 ‘뚝’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가 자리잡은 서울 마포·서대문구 지역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원룸이 널려 있다. 10채 중 3채는 공실로 방치된 것으로 이 지역 중개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오피스텔 물량도 올해 적지 않게 쏟아질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마포·서대문구 일대에 공급되는 오피스텔은 신촌 푸르지오(1월)·자이 엘라(6월)·서희 스타힐스(6월) 등 1345실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월셋값도 조정되는 추세다. 서강대 주변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정모(60)씨는 “여름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원룸 세입자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최근 들어 방 1칸짜리 월세 보증금을 기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렸는데 사실상 월세를 4만원가량 내린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성균관대와 서울대 의대 등이 있는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혜화동 행운공인중개업소 권태억 대표는 “지난해 말보다 월세가 5만원씩 빠졌다고 보면 된다”며 “신축 원룸이 쏟아지면서 기존 원룸 월세도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성대 후문 크라운중개업소 이효주씨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려고 보증금을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내리거나 관리비를 깎아주는 경우도 흔해졌다”고 전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원룸촌으로 꼽히는 신림 쪽은 공실률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사법고시 폐지(2017년 예정)로 사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이 지역을 떠나면서 원룸 공실이 많아졌다. 원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원룸을 아예 전세로 돌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신림9동에 있는 제일중개업소 윤무갑 대표는 “월세를 5만원 내렸는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시세 비교(자료=각 지역 부동산)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16.5~19.8㎡/관리비 포함/풀옵션 기준.
◇ 월세 내렸지만… 세입자 “떨어졌나요?”

서울지역의 월세 하락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이 매달 발표하는 월세가격지수를 보면 서울의 월셋값은 15개월 연속 내렸다. 감정원은 월셋집 공급이 늘면서 월셋값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세입자로선 여전히 월세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월셋값이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통계상으로 보면 올해 들어 서울의 월셋값은 1% 안팎으로 내리는 데 그쳤다”며 “세입자가 체감할 정도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월세 부담이 더 커졌다. 월셋값이 하락했다고 해도 수도권 기준 월 평균소득 대비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RIR)은 30.5%에 달한다. 전세 살던 사람으로선 월세 부담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다.

강민욱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수치상 월세가 떨어졌다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기본적으로 전세보다 월세로 지내기 비싼 구조”라며 “세입자로선 월세 하락을 느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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