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가격파괴]②업계 '생존게임' 시작

도심권은 '한 호텔 건너 호텔'…과열경쟁으로 업계 어려움 가중
10만~20만원대 패키지 출시하고 모바일앱과 제휴하는 등 몸부림
김영란법 시행되면 더 타격…소비자 입장에선 문턱 낮추는 효과
  • 등록 2016-09-20 오전 5:31:00

    수정 2016-09-20 오전 7:37:12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서울 도심에 위치한 A호텔은 7~8월 성수기에 주중·주말을 포함해 객실 점유율이 90% 이상을 기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을 받았던 작년 수준(60~70%)과 비교하면 좋은 성적표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게 호텔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도심에 호텔이 급증하면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고객을 뺏길 것 같기 때문이다. 이 호텔 관계자는 “객실 평균단가가 작년보다 5만원 내려갔다”며 “이용객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호텔수와 객실수가 늘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81만 33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늘었다. 지난해 초여름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가 올해 다시 회복한 것이다. 유커(遊客)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45.4%)이 크게 늘었고, ‘엔고(엔화 가치상승)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19.4%)이 회복세를 이끌었다.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만큼 이들을 수용하는 호텔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시내에 위치한 호텔 수는 233개에서 2015년 291개로 58개 늘었다. 특히 도심 한복판의 중구와 종로구에서만 호텔 수가 각각 21개, 6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롯데·앰배서더·메리어트 등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도심권에 호텔을 열었고 현재 건립 중인 호텔도 부지기수다.

호텔업계에서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파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호텔은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도 있다. 일례로 ‘라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폴앤파트너스는 올 초 부도를 냈고, 몇몇 매각을 진행 중인 호텔 이름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여파는 특급호텔들의 가격정책도 무너뜨리고 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호텔업은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상황은 점점 반대로 흐르는 분위기다.

서울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이번 추석 연휴에 19만원(평균 하루숙박 3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모바일 패키지를 선보였다. 6성급 호텔로 알려진 광화문의 포시즌스 서울 호텔은 최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 ‘데일리호텔’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포시즌스 서울은 글로벌 호텔체인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업계에서는 최고급 호텔들도 과열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본사 가격정책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는 28일자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호텔업계의 가격파괴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시행령에서 식사비 상한액을 3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일부 단품 메뉴를 제외하고 이 가격을 맞추기 어려워 가격을 내리거나 메뉴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은 호텔 입장에서는 가격파괴에 가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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