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은 꼭 결혼해야만 했나

싱글 레이디스
레베카 트레이스터|504쪽|북스코프
  • 등록 2017-06-28 오전 5:03:30

    수정 2017-06-28 오전 5:03:3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8권짜리 소설 ‘빨강머리 앤’의 결말을 보면 주인공 앤 셜리는 무려 세 권에 걸쳐 길버트의 청혼을 거절한다. 하지만 저항하고 버티다가 결국 결혼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작은 아씨들’의 조를 보자. 역시 결혼을 거부하는 반전 주인공이 되나 싶더니 베어 교수와 혼인하며 막을 내린다. ‘초원의 집’도 마찬가지다. 마을에 전염병이 돌고 흉년이 들지만 주인공 로라는 결혼해 아기를 낳는다는 뻔한 결말에 이른다. 이것이 정말 ‘해피엔딩’일까.

잡지기자 겸 작가인 저자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란 식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결혼과 출산이란 ‘정규노선’을 벗어나 독립적 삶을 사는 비혼 여성에 주목한다. 이 사회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주체는 결혼하지 않은 ‘비혼 여성들’이라고 보고 이들이 일으킨 정치·사회적 변화를 면밀히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노예해방운동, 여성참정권운동, 노동운동, 페미니즘운동에 앞장섰다. ‘선택받지 못한’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 노처녀란 사회적 편견과 싸웠다. 저자가 5년간 100명 이상의 비혼 여성을 인터뷰한 결과다.

기존 사회를 전복할 만큼 큰 힘을 갖게 되면서 ‘비혼’이 ‘정상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도 했다. 한국 여성의 초혼 연령은 1995년 25세에서 2015년 30세를 찍고, 현재 20·30대 여성 중 57.7%가 비혼이다. 미국의 경우 2009년 사상 처음으로 싱글 여성이 기혼 여성의 수를 앞질렀다. 오늘날 29세 이하 미국인의 20%만이 결혼한 상태다. 결혼 말고는 다른 길이 없던 시대를 산 여성 중에도 독신으로 남은 경우는 많았다. 자매 작가 앤·에밀리 브론테, 시인 에밀리 디킨슨,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그렇다.

책은 결혼하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이 삶의 목표이자 종착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저자 역시 대학 졸업 후 14년 동안 싱글로 살다가 35세에 가정을 꾸렸다. 저자는 “지난 몇백년 동안 사회는 모든 여성을 ‘이성애적 엄마 되기’라는 단 하나의 고속도로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도로가 뚫렸고 노선이 생겼다”며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왜 결혼 안 해” “아이는 꼭 낳아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이들에겐 입 다물라고 또박또박 전한다. “이건 나의 인생이고 내 선택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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