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트라우마'에..성동·STX조선 채권단 실사로만 칼 대지 않는다

文정부 첫 산업경쟁력강화장관회의 개최
산업적 측면 고려 맞지만
'단순 '산소호흡기' 연명은 곤란
'민간 인수가능성'이 기준돼야
정치 영향력 배제한 객관성 중요
  • 등록 2017-12-04 오전 6:00:00

    수정 2017-12-04 오전 11:01:41

[이데일리 노희준 문승관 기자] 정부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당분간 ‘연명’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재무적 실사 결과에만 의존해 당장 청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권단의 재무 실사와 별개로 산업 경쟁력에 대한 추가 진단이나 검토 등을 진행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가 두 조선사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태도 변화는 한진해운의 파산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파산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시장에서는 산업적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연명식 혈세 투입’을 위한 방편에 그쳐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관계장관회의 ‘분수령’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개최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성동·STX조선의 처리 방침 등을 포함한 새 정부의 구조조정 처리 원칙과 처리 체계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조선업 구조조정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재무적 실사 결과만을 기초로 두 회사를 처리하지 말고 산업적 측면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데 부처 간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적 측면을 어떻게 고려할지 구체적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회계법인 실사 외에 처리 방향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더 하자는 뜻”이라며 “은행의 결정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은 잠정 실사 결과 청산가치가 7000억원인데 계속기업가치는 2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나왔다. STX조선 역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금융위와 산업부는 산업경쟁력 진단 방법으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당시 사용한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협회를 통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혹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객관적인 의견 수렴 절차 등도 고려 중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조조정은 어디든 돈을 만지는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담당하는 게 정석”이라며 “산업적 차원의 고려가 이뤄진다면 좀 더 관대한 회생이나 지원에 무게를 두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적 영향력 배제·객관성 확보 관건

지난해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중소형 조선사의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각자도생하라는 뜻을 전달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한진해운 파산이 조선업 구조조정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파산에 이른 한진해운이 결국 금융 시각만 보는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번 정부의 기조 변화는 한진해운 사례가 전환점이 됐다”며 “금융 논리에 산업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원론적 차원에서는 이상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어떻게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산업적 측면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전 정부의 구조조정이 금융 논리에 치우쳐 산업 경쟁력 측면을 소홀히 했다”고 평가했다.

객관성 확보 방안을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산업적 가치의 기준을 ‘민간 인수가능성’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경쟁력 고려를 단순히 산업은행(채권단)을 통한 기업 살리기 논리로 몰고 가면 곤란하다”며 “결국 민간에서 인수할 곳을 찾을 수 있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 방식처럼 ‘민간 전문가팀’이 산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산업·구조조정·회계 전문가 등이 한 팀을 이뤄 주도해야 한다”며 “판단을 내릴 때도 한 회사 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부분(굿 컴퍼니)과 그렇지 않은 부분(배드 컴퍼니)에 대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GM은 당시 부실자산을 떠안은 ‘옛 GM’과 우량자산만 인수한 ‘뉴 GM’으로 분리됐고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 개입이 최소화됐다.

법원(회생절차)밖에 답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법원 외부 절차(자율협약, 워크아웃)하에서 컨설팅 등을 통한 산업적 측면의 고려라는 것은 결국 회생절차를 회피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두 회사의 청산가치가 높다면 원칙대로 법정관리에 넣을 수밖에 없고 법원에 가는 게 반드시 청산은 아니다”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컨설팅을 근거로 산업적 고려에 따라 지원에 나선다면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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