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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인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순수성을 앞세우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봉투를 전달하면서도 진짜 의도는 감추는 게 보통이다. 노 의원도 고교 동창인 어느 변호사를 통해 5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후원금의 순수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그 돈이 드루킹 측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드루킹 측이 정치인들에게 두루 접촉하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가 왜 좀 더 신경을 쓰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정치인들이 후원금을 받는 관행에 대해서도 새로운 반성의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상대방이 봉투를 내밀면 일단 받고 보는 것이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생리다. 돈을 건넨 의도에 대해서는 그다음 문제다. 결국 그러한 관행이 특정 기업과의 유착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조직폭력배들과의 배후 관계를 의심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국회의원들이 기본 세비에 자녀 학자금, 자동차 운영비, 출장비까지 받으면서 너무 돈을 밝힌다는 얘기를 들을 만도 하다. 국회 개혁에 앞장섰던 노 의원의 타계 소식이 새삼 아쉬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