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에 밀린 현대차…쌍용차는 '수출 휴업'

엔저 업은 일본기업 맹추격
車수출시장 모두 '빨간불'
조선·IT 매출 하락 속출
수출기업 55% "피해 심각"
  • 등록 2015-05-29 오전 5:30:27

    수정 2015-05-29 오전 9:17:20

[이데일리 김형욱 김관용 장종원 기자] “공포 수준이다.” 국내 수출기업이 일본 엔화 약세를 비롯한 글로벌 환율 리스크에 몸서리치고 있다. 뾰족한 대책도 없어 대부분 허리띠를 졸라매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공포 수준이라고 표현하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소극적인 환율 대응 탓에 엔화·유로화 가치는 계속 낮아지는 가운데 원화 가치만 역주행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출 수익성 낮아지고 日경쟁사는 맹공

자동차업계의 경우 주력 수출시장 전 지역에 빨간불이 커졌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경쟁사가 엔화 약세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가격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의 올 1~4월 미국 승용차 판매량은 할인 확대에 힘입어 전년보다 소폭 증가세이지만 일본 경쟁사의 맹공에 2~3년 전 10%를 넘보던 점유율은 8% 전후에 그치고 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도 현대·기아차가 각각 7.6%, 4.6%로 떨어지며 도요타(8.9%)에 역전된 상태다.

일본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강세였던 유럽과 신흥시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현지 통화 약세와 경기침체 탓에 판매도 줄고 수익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회사는 지난해 유럽에서도 최대 18%의 판매증가세를 보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시장 평균을 밑돌며 점유율이 하락했다.

특히 올 들어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수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 현지 공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낫다. 한국GM과 쌍용차(003620)는 아예 사실상 수출을 중단한 ‘개점휴업’ 상태다 .

올 3월 평택항에서 수출을 위해 선적 중인 있는 쌍용 티볼리. 쌍용차는 최대 수출시장인 러시아 시장 경기침체와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유럽·중국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쌍용차 제공
수출기업 열 중 일곱 ‘경쟁력 위기’

자동차뿐 아니다. 대부분 수출 업종이 이미 어려움에 직면했거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307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3%가 현재의 원·엔 환율(100엔당 약 900원)로는 일본 제품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수출기업 55.7%가 엔저로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철강·석유화학·기계·음식료·자동차부품·조선·반도체 등 정보통신·가전·섬유를 뺀 대부분 업종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원·엔 환율에서 벗어났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조선업체는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지난 1월 월간 선박 수주량에서 7년 만에 1위에 올랐다.

일본 기업이 엔저에 따른 수익성 향상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김은영 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일본 기업은 긴 엔고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높여 왔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강세인 스마트폰·TV 등 전자·가전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은 (일본 기업과)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지만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는 일본의 추격이 거세다”며 “부품·소재부문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원격제어 솔루션 업체 알서포트(131370)와 사용자경험(UX) 솔루션 업체 투비소프트(079970), 전자문서 솔루션 업체 포시에스(189690) 등 국내 SW회사는 환차손만으로도 10%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일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035420) 라인은 올 1분기 매출이 684억원으로 시장 전망치(800억~10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 매출액이 엔화 기준으로는 전분기 대비 90% 늘었지만, 엔화 평가 절하로 원화 기준으로는 60%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대내 악재까지.. 정부 대책 마련 촉구

특히 제조업 부문에선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다. 환율 관리뿐 아니라 고용 부문에서도 기업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법률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대기업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키로 했으나 이와 연계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다.

더욱이 국회에선 근로시간 단축과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등이 논의되고 있고 최대 수십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 우려가 있는 통상임금 확대도 아직 최종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유럽 정부는 자국 기업을 살려 경제를 회복시키려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내부적으로도 기업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환율, 노사 등 대내외 이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모습. 현대차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