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 "10만 관객 울린 그 불효자, 또 왔습니다"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서 주역 맡아
초연부터 주연 맡아 성공 이끈 작품
무대 다시 돌아온 건 13년만
"트로피보다 박수 받는 연기할 것"
  • 등록 2015-07-27 오전 6:16:00

    수정 2015-07-27 오전 6:16:00

배우 이덕화가 1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와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에서 주인공 태성 역을 맡는다. 이덕화는 “TV와 영화에 얼굴을 비추다보니 연극은 건너뛴 줄 아는 사람이 많다”며 “대학 때 스승의 작품에 엑스트라로 나섰던 것부터 치면 꽤 많은 무대에 섰다”고 말하며 웃었다(사진=아트앤스토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부탁~해요!” 1980년대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TV에서 흘러나오던 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드라마·영화 출연도 모자라 쇼프로의 명MC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배우 이덕화(63). 1973년 TBC 공채 13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40여년 동안 종횡무진 활동했다. 대한민국에 ‘이덕화’라는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서도 활약했던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덕화가 2002년 악극 ‘모정의 세월’ 이후 1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다. 내달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중구 동호로 장충체육관 무대에 오르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를 통해서다. 이덕화는 17년 전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태성 역으로 나선다. 평생 자신만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저버리고 출세를 위해 사는 아들 역이다. 이덕화와 함께 어머니 역에 김영옥, 옛 애인 옥자 역에 오정해를 비롯해 변사로 이홍렬까지 합세한다. 이덕화는 “지금도 손댈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대본이 완벽하다. 무엇보다 멤버구성이 너무 좋다”며 “내가 힘들 때 위로하고 즐겁게 해준 공연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애정을 내비쳤다.

이덕화는 데뷔 후 1974년 호러영화 ‘공포의 이중인간’으로 스크린에 도전했고 1976년 임예진과 함께한 영화 ‘진짜진짜 잊지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최고의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너는 달 나는 해’(1979), ‘불의 나라’(1989) 등 수십 편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인기작가 김수현의 드라마 ‘사랑과 야망’(1987)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접시꽃 당신’(1988)에선 지고지순한 남편으로 등장, 수많은 여성팬을 울렸다. 올해만 해도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빛나거나 미치거나’ ‘하이드 지킬, 나’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무대에선 늦게 빛을 봤다. 백일섭·유지인 등이 공연한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85)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당시 연출가에게 “뭐 할 게 없느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넌 아직 멀었다”뿐. 그러다 10년 후 1995년 드디어 같은 연극의 앙코르공연에서 주인공 레드 버틀러 역을 맡게 됐다. 이덕화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고 회상했다. 스칼렛 역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가 된 배우 박상아. “한마디로 한풀이를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는데 못할 줄 알았던 배역을 맡아 주역으로 무대에 서니 감개무량하더라.”

그에 앞서 1986년부터 3년간은 시립가무단의 ‘춘향전’ ‘이춘풍전’ ‘나는야 호랑나비’ 등에 출연했다. 1994년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리더 김덕수가 예술감독을 맡은 총체극 ‘영고’에서 ‘나무’를 연기한 적도 있다. “나뭇잎이 달린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섰다. 하하. 그때는 좋은 무대가 생기면 어떻게든 서 보고 싶었다. ‘영고’는 예술의전당이 생긴 뒤 토월극장에서 올린다고 하길래 거기에 혹해서 출연하게 된 거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불효자는 웁니다’는 특히 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초연부터 주인공을 맡아 작품의 성공을 이끌었기 때문. ‘불효자는 웁니다’는 한국전쟁부터 오늘날까지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와 오직 성공만 바라보며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998년 세종문화회관 초연에서 3500석 전회·전석 매진으로 공연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10만 관객을 끌어모은 것도 놀랍지만 이후 ‘여자의 일생’ ‘두 엄마’ ‘봄날은 간다’ 등 악극 열풍의 진원지가 돼 더욱 의미가 있다.”

흥행과 관련한 에피소드 한 가지. “처음에는 될까 싶었다. IMF로 힘든 시기에 티켓값이 10만원이 넘는 공연에 관객이 들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오히려 공연에서 위로를 얻더라. 관객들이 엄청나게 울었다. ‘우리나라에 불효자가 이렇게 많냐’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모든 좌석이 가득 차면 ‘만원’을 주는 만원사례를 했었는데 덕분에 오픈 첫날부터 폐막 때까지 매일 만원을 받았단다. 그렇게 6년을 ‘불효자는 웁니다’와 함께했다.

이덕화의 선친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빛낸 명배우 이예춘이다. 이덕화의 막내딸 이지현까지 집안 3대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연기에 대한 철학은 변함이 없다. 트로피보다 박수를 받기 위한 연기를 하겠다는 것. 연기력이나 작품성을 논하기 이전에 관객의 갈채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평론가의 입맛에 맞춰주고 상을 받는 연기는 의미가 없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보고 감동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부모자식 간에도 범죄가 일어나는 살벌한 이 시대에 가족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사진=아트앤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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