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에세이·김수환 전기…'성직자셀러' 뜬다

혜민·법륜스님 신간 베스트셀러
김수환 추기경 일대기도 주목
종교 설파 넘어 위로·조언 담아
각박한 사회 '멘토'로 자리매김
  • 등록 2016-02-15 오전 6:16:00

    수정 2016-02-15 오전 7:56:22

사진 왼쪽부터 혜민스님, 법륜스님, 김수환 추기경. 올초 출판계에 종교인이 쓴 책과 종교인을 주제로 한 책이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올해 초 출판계에 종교인이 쓴 책과 종교인을 주제로 한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성직자셀러’라 불리는 책들이 차례로 베스트셀러에 순위에 오르면서 신년 출판가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46주간 역대 최장기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운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를 정상에서 끌어내린 혜민의 신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수오서재)과 법륜의 ‘법륜스님의 행복’(나무의마음), 7주기를 맞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김영사)이 그 주역이다.

◇대중 공략한 종교인…혜민·법륜, 김수환

혜민스님은 2012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최근 4년 만에 선보인 신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지난 3일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인터넷서점 예스24와 교보문고 등 주요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휩쓸며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장건태 수오서재 마케팅팀장은 “약 열흘 만에 10만권 정도가 팔렸다”며 “독자의 반응이 뜨거워 판매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하순에 선보인 ‘법륜스님의 행복’도 출간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권 5위 안에 들면서 법륜스님은 ‘야단법석’ ‘스님의 주례사’ 등 전작에서 얻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선종 7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를 다룬 전기도 출간돼 화제다. 간송 전형필과 혜곡 최순우 등의 전기를 낸 이충렬 작가의 ‘아, 김수환 추기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공식 인가한 최초의 김수환 추기경 전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판매에 들어간 ‘아, 김수환 추기경’은 출간되자마자 ‘성직자셀러’의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각박한 현실’ 스승 찾는 욕구 발현

성직자셀러는 특정 종교의 성직자가 저자거나 혹은 성직자의 생애를 다루었지만 각 종교의 신자가 아닌 대중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종교적인 교리나 사상보다 평이한 일상의 내용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공통분모다. 혜민스님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 등 8가지 주제로 나눠 일상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감정에 대중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양한 사례와 경험으로 조언한다.

수오서재의 장 팀장은 “책에서 종교적인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혜민스님이 SNS 등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찾은 소재가 책의 주제가 됐다”고 말했다. ‘법륜스님의 행복’을 발간한 나무의마음의 이선희 대표는 “법륜스님은 주로 대중강연의 질의응답 등을 통해 얻은 내용을 책으로 묶어낸다”며 “종교적인 내용을 담은 책은 일반 출판사가 아닌 불교 전문 출판사를 통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 김수환 추기경’을 쓴 이 작가도 “김 추기경이 종교인이긴 하나 그의 삶을 전기문학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성직자셀러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자칫 길을 잃은 이들이 멘토를 찾고 싶다는 바람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정윤희 출판저널 대표는 “각박한 현실에서 스승을 찾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가 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의 교리를 담은 현학적인 이야기가 아닌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나 애정 어린 충고 등이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질 위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정신적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해준다는 점도 성직자셀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짚었다.

◇‘성직자셀러’ 부작용 지적도 적잖아

하지만 출판계에서는 성직자셀러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치열한 고민이나 저항정신을 불러일으키기보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피해가는 방법만 알려 준다는 것이다. 또 몇몇 인기있는 종교인을 통해 상업적인 의도가 빤히 보이는 기획물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무의마음의 이 대표는 “법륜스님이 책을 내면 50만부가 나가기도 한다”며 “이는 결국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출판계의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외국저자에게만 의존하는 독서편식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직자셀러는 침체한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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