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문재인에겐 '채무' 안철수에겐 '강박'

정신과의사, 대선후보 심리해부
'대통령 스카우팅 리포트' 정리
일단 마음 주면 단점 안 보여
신화 만드는 콩깍지 벗겨내고
공약·정책보단 과거 행적 봐야
…………………………………
대통령의 조건
최명기|340쪽|지음미디어
  • 등록 2017-04-19 오전 12:15:00

    수정 2017-04-19 오전 12:15:00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이 사람. 짜증 나고 힘든 상황에도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리더로서 탁월한 이 덕목은 말이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과연 침묵으로 일관하는 행태가 끝까지 유리하게 작용할 건가. 게다가 토론에서라면? 머뭇거리는 모양새는 진중함보다 무능함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인내를 기본기로 삼은 데다가 수다스럽지 않은 성향은 갈등 진화에 꽤 긍정적이다. 하지만 불난집에 부채질을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말 없는 그라도 즐겨 쓰는 단어가 있다. ‘고맙다’ ‘미안하다’다. 상대방이 어쩔 줄 몰라 할 정도로 찾아가 ‘함께하자’고 설득한 뒤 마무리는 항상 이 두 마디에 담는다. 부탁을 했으니 감정적인 ‘채무’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 결국 그는 마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정치를 하고 대선에 나섰다. 문재인 대선후보 얘기다.

다른 사람. 조심스럽다. 확인하고 확인한다. ‘간철수’란 별명은 괜한 게 아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는 비정치의 정치를 기대할 흔치 않은 인물이 됐다. 만약 청와대에 입성한다고 해도 몸에 밴 스타일로 정치보단 경영을 할 확률이 높다. 그 배경에는 대표심리인 ‘강박’이 있다. 강박의 특징은 양가감정이란다. 이런 거다. ‘사람을 만나면 힘들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뭔가 잘못한 것 같다.’ 굵직한 일이 터진 뒤 서둘러서 한국을 뜬 모습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벤처를 창업하던 1995년, 다시 돌아와 2005년에도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2012년 대선 때 후보를 사퇴한 뒤에도 미국으로 직행. 이 행동은 대인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격리한 것으로 보인다. 주위가 소란스러워 둘러보니 모두 자신만 바라보고 있더란 것. 그러니 어쩌겠는가. 도망갈 수밖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박 때문에 정치를 못 버린다. “그때 내가 나섰더라면”이란 실수를 만회하려고 말이다. 이건 안철수 대선후보의 얘기다.

‘채무’와 ‘강박’. 결국 이 둘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키워드이자 극복해야 할 심리상태인 셈이다. 이 진단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에게서 나왔다. 그런데 대통령감을 가늠하기 위해서 이런 사적인 특성까지 뚫어봐야 하는 건가. 필요하단다. 시도는 해야 한단다. 왜 그렇게까지? 집단의식에 마취돼 단 한 번 잘못한 선택이 나라를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제대로 경험했으니까. 그래서 저자가 볼 때 “대통령을 뽑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사상도 아니고 주장도 아닌 게” 됐단다. 공약도 말고 정책도 말고 그저 해야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거란다. 위대한 업적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사람이란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과거 속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감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나. 저자는 누구라고 딱 짚을 수는 없지만 아닌 사람을 골라내기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표의 진짜 힘은 될 사람을 뽑는 것보다 안 될 사람을 뽑지 않는 데 있다고.

이런 설명이라면 어떨까. 여기 목적지까지 두 배 빠른 속도로 배를 몰겠다는 선장이 있다. 또 규정속도를 지키며 안전제일로 배를 몰겠다는 선장도 있다. 어느 선장에게 배를 맡길 건가. 여기 의사도 있다. 한 의사는 불치병 환자에게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도록 돕겠다고 한다. 또 다른 의사는 기필코 병을 낫게 해주겠다고 했다. 어느 의사를 찾아가겠는가.

상황이 위급할수록 대중의 선택은 획일적이 된다. ‘두 배 빠른 선장’과 ‘기필코 낫게 해주겠단 의사’다. 위험하지만 모험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믿을 수는 없지만 ‘믿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세우려면 이 같은 사탕발림 같은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듯 스토리가 없는 후보도 없다. 이번 대선에는 공주가 망가뜨리고 떠난 궁을 되찾아야 한다는 신파까지 덧씌워진 터. 유권자도 후보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저자가 경계하는 지점이다.

차라리 현재의 대단한 업적보다 과거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게 낫다는 생각은 그렇게 나왔다. 저자는 그가 누구든 과거의 행적을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대선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거다. 왜? 인간은 잘 바뀌지 않으니까. 아무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해도 인간 원형의 행동패턴은 반복하게 돼 있단 뜻이다. 그러니 자라온 환경, 정치에 입문한 계기, 수없이 겪었을 이합집산의 과정까지 모두를 조합하면 대략의 그림이 빠진다는 것이다.

▲신화 만드는 콩깍지 벗겨내야

“난 지극히 객관적이오.”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뽑는 일 따위쯤은 우습다고 자신한다. 과연 그런가. 콩깍지는 연인 사이에만 성립하는 절대조건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성별·지위를 막론하고 콩깍지를 씌울 수 있다. 대통령이라고 다르겠는가. 일단 마음을 주기로 결정하면 단점 따위는 눈에 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도 다르지 않다. 결국 “순진하고 소탈하고 정직한 역할을 도맡아 연기하던 연예인이 현실에서 타락한 모습”을 보게 된 거고 팬들이 분노한 건 마땅한 수순이다.

저자는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만 골라 대선후보군을 ‘특이하게’ 해부하고 분석했다. 이른바 ‘대통령 스카우팅 리포트’. 정신과 전문의가 꺼낼 수 있는 프레임을 최대한 확대해 붙였다. 늘 달고 다니지만 한 번도 뒤집어볼 생각을 못한 주머니 속까지 까서 보인 셈이다. 그렇다고 주머니 안에 답이 있을 리 없다. “유권자인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 영 거북하지만 사실 결론은 그것이다.

대통령은 결국 선택이다. 마음에 안 찬다고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세워야 하는 거다. 그나마 책의 지침을 살려 딱 한 가지 가닥은 잡을 수 있을 듯하다. 신을 뽑자는 게 아니란 것. ‘사람 대통령’을 뽑는 일이다. 그러니 스토리든 외모든 성격이든 공약이든, 신화를 만드는 콩깍지부터 냉큼 벗겨 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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