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월세계약신고제(월세신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월세신고제는 세입자가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한 월셋집의 임대료(월세)와 임차 기간 등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월세신고제 도입 검토에 나선 것은 임대시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고 효율적인 주거 정책을 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정부는 집주인 스스로 임대사업 여부를 신고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등록임대주택은 민간 임대주택 전체 가구 수(642만가구·2015년 기준)의 10.6%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신고제는 월세 관련 데이터 확보는 물론 세원 노출을 우려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려왔던 집주인에게도 ‘채찍’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제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 시민 셋 중 하나는 ‘월세’
반면 총조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토부가 진행하는 주거실태조사에서는 2016년 기준 월세 계약이 전체 임대차 계약의 60.5%로 전세 계약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는 2년(올해부터 1년)마다 이뤄져 시시각각 변화하는 임대차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수년 새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주거 형태 가운데 월세 비중은 2008년 이후 급증해 18.2%에서 23.7%까지 늘었다.
특히 월세 비중은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서울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6월 발표한 ‘2017 서울서베이 지표조사’에서는 전체 서울시민 주거 형태 중 월세 비중이 31.3%로 나타나 서울시민 세 명 중 한 명은 월셋집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가 전세 비중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30대의 월세 거주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촉진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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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월세신고제가 지지부진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입자의 월세 신고로 임대사업 여부가 알려지기 전 차라리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 이에 따른 세제 혜택(재산세 및 양도세 감면 등)을 누리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임대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의 반발과 월세 부담 전가 등 부작용도 나타나겠지만 조세 정의를 구현하고 전·월세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월세신고제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효성 여부다. 월세계약 신고제 도입 이후에도 집주인과 세입자의 계약관계에서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점은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집주인이 싫어하는 내용인 월세 계약 가격 등을 신고 서류에 적극적으로 기재할 수 있는 세입자가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확정일자: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날짜를 법원이나 동사무소 등에서 확인받는 것을 말한다. 주택 임대차계약 때 보증금 등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