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담배·장난감 팔면서 편의점 약 판매는 반대하는 약사들

  • 등록 2018-07-30 오전 6:00:00

    수정 2018-07-30 오전 11:37:35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낮최고 37도를 기록한 폭염을 뚫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3000명이 넘는 약사와 약대 학생들이 모였다. 복지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품 가짓수를 늘리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2년 편의점 상비약 판매를 허용한 이래 현재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은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13개 품목이다. 일반의약품 중 가벼운 증상에 주로 사용하고 안전성이 높아 환자 스스로 사용여부를 결정해도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낮다고 보건당국이 판단한 제품들이다.

그러나 약사들은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과 같이 일반의약품도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편의점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주말과 심야시간에 타이레놀, 지사제, 제산제 등을 구매하기 위해 응급실이라도 찾아야 하냐”고 반문한다.

약국에선 장난감과 음료수, 치약, 심지어 담배도 팔면서 편의점에서 파스 파는 걸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 섞인 반응도 있다. 약국의 담배 판매가 금지되기 전인 2004년 이전에 담배판매권을 확보해 아직도 담배를 팔고 있는 약국은 100여곳 정도다.

오남용 주장도 수긍하기 힘들다. 고려대 의대 응급의학교실이 올해 대한임상독성학회지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6년 고대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 환자 중 편의점 상비약 판매 시행 전에는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중독환자 비중이 71명(7.5%)였지만 시행 뒤는 오히려 4.7%(29명)로 오히려 줄었다.

약사들은 편의점 약품 판매 대신 심야약국을 늘리면 된다고 주장한다. 편의점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문을 연다. 4만개가 넘은 지 오래다. 약국은 2만여곳이다. 그나마도 당번제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심야시간대에 문을 여는 곳은 월등히 적을 수 밖에 없다.

밤 늦은 시간 소화제를 사기 위해 문을 연 심야약국을 찾아 헤메라는 건 시민들의 정서와 괴리가 큰 주장이다. 게다가 심야약국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선 그만큼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

“세금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약사들이 진심으로 국민건강을 걱정하는 것인지 자신의 밥그릇을 걱정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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