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한은, 금리 올려도 강남 집값 못 잡는다”

[인터뷰]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
“한은, 금리인상 할 때 아니다” 돌직구 발언
“시장에 0.38% 영향, 급격한 자본 유출 없어”
“물가·금융 상황 보면 ‘금리 큰 칼’ 쓸 때 아냐”
  • 등록 2018-10-01 오전 3:00:00

    수정 2018-10-01 오전 3:00:00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 △서울 △1967년생(51)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컬럼비아대 경제학 석·박사 △한국은행 조사역 및 금융통화위원회 자문역 △SK경제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및 이코노미스트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선임 연구위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김현욱(사진·51) 경제전망실장이 “금리를 올려도 강남 집값을 못 잡는다”며 “지금은 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을 쓸 때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의 경제전망 담당자가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한국은행을 겨냥한 돌직구 소신 발언을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현욱 실장은 지난달 28일 세종시 소재 KDI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리스크(위험 요소)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덩달아 금리를 올려야 하는 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한은 조사부·총재 비서실 등에서 근무했던 ‘한은맨’ 출신이다.

김 실장은 ‘3대 근거’를 제시하며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론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 금리 격차로 인한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다는 이유다. 김 실장은 “급격한 자본 유출 전망은 고정환율제를 전제로 한 너무 이론적인 생각”이라며 “현실에선 주식·채권 등 여러 금융시장을 봐야 하고, 우리나라가 변동환율제여서 시장 상황이 반영돼 달러 유출 요인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외국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 주제의 KD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유출되는 외국자본의 규모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0.38%(전체 외국자본 대비 0.52%)에 그쳤다. 이 연구 결과만 보면 최근 시장 흐름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과도한 공포감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이런 자본 유출 우려엔 과거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트라우마가 근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외환 건전성이 과거처럼 안 좋은 상황이 아니다”면서 “호황인 미국은 금리를 올리지만 유럽 주요국, 일본은 안 올리는 국제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금리를 올리기엔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진단에서다. 통화정책의 두 축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훼손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 실장은 “집값이 전국적으로 급등하거나 금융불안인 상황이 아니다. (경기 체온계인) 물가는 좀처럼 안 오르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을 쓰기엔 여건이 국지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경기 악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김 실장의 입장이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9%(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7%도 가능한 숫자”라며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내년에는 반도체를 빼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2.7%)도 약간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11월 초에 올해·내년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셋째, 금리 인상의 실효성이다. 김 실장은 “한은이 10월이나 11월에 0.25%포인트는 올릴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오지만, 이 정도 인상으론 강남 집값을 못 잡는다”며 “그렇다고 부동산을 잡는다며 1% 포인트 이상 확 올리면 인상에 따른 고통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때 가서 지방 집값이 더 떨어지면 뭐라고 할 것인가. 사업하려고 은행에서 돈 빌리려는 사람들에게 ‘금리 페널티’를 매겨야 하는가”라며 ‘자영업 고통’을 언급했다.

김 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금리 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통화 정책을 연구·담당하는 한은 입장에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좋은 계기”라며 “이런 좋은 계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전제하고 토론하는 것은 경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독립기구인 것은 정부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미국 등 외부 상황에서도 독립적이라는 뜻”이라며 “한국의 상황에 맞는 통화 정책을 독립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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