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트럼프 움직인 '매파' 폼페이오…美외교·안보 '원톱' 굳혔다

지난달 민간인 1명 사망사건 이후 최종 관철시켜
볼턴 경질 이후 경쟁자 없다…사실상 '1인 독주'
상원의원 불출마 결정…이란·북핵 문제 계속 총괄
  • 등록 2020-01-08 오전 12:30:00

    수정 2020-01-08 오전 12:30:00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정남 기자] “이란군 핵심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에 대한 미국의 제거 결정엔 폼페이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행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원 톱’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파워게임을 벌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밀려나면서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어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물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라인까지 대(對)이란 대응 등에 있어 폼페이오 장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다.

폼페이오 장관에 그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연방 상원의원’ 출마까지 포기하면서 그의 ‘1인 독주체제’는 지속할 것이라는 게 한·미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反전쟁주의자 트럼프 상대로… ‘제거 작전’ 관철

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지난주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대응 문제를 놓고 협의했고, 결국 ‘반(反) 전쟁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전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선 펜스 부통령과 에스퍼 장관도 폼페이오 측의 편에서 거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폼페이오는 수개월 전부터 솔레이마니 제거를 건의해왔다. 그러나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커녕, 동아시아에 화력을 집중하고 싶어했던 국방장관도 그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이틀 후인 29일 에스퍼 장관을 대동한 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제거 작전을 건의했고 결국 이를 관철했다. WP가 이번 사태를 놓고 “폼페이오 장관을 위한 관료주의의 승리”라고 표현한 배경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대화의 최고 책임자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비둘기파’로 보는 시각이 제법 있었다. 나쁜 경찰(bad cop) 역할을 자처했던 볼턴 보좌관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북한을 압박하면 폼페이오 장관은 당근을 들고 북한 측과 협상을 시도하는 착한 경찰(good cop)을 담당한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폼페이오는 한·미 외교가에선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특히 대(對)이란 문제에 대해선 ‘슈퍼 매파’에 더 가깝다.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벌어진 벵가지 사태(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이 무장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숨진 일) 때 하원의원이었던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강하게 몰아붙였던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017년 1월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을 때도 그 어떤 이슈보다 이란 문제에 더 많이 집중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이란이 미국 무인기를 격추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보복을 추진했다가 막판 철회했을 때에도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점도 같은 맥락이다.

◇상원의원 불출마 결정…이란·북핵 끝까지 챙긴다


이번 사건은 미 외교·안보 분야의 의사 결정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극명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볼턴의 후임으로 온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폼페이오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인사인 만큼,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볼턴의 자리를 ‘폼페이오 사단’이 차지했다는 뜻인 동시에, 폼페이오가 명실상부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차차기 대권을 꿈꾸는 폼페이오는 한때 그 디딤돌로 하원의원 당시 지역구였던 캔자스주(州) 상원의원직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비등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최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에 불출마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란 문제를 직접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란 문제를 넘어 폼페이오의 장관직 유지는 북·미 비핵화 협상라인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스티븐 비건 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판가름날 올해 11월 미 대선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상원의원 후보 등록 기간이 오는 6월까지인 만큼,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폼페이오가 마음을 바꿀 여지도 충분하다. 실제로 팻 로버츠 현 캔자스주 상원의원이 은퇴를 선언한 데다, 그 자리를 노리는 크리스 코박 전 캔자스주 국무장관의 인기가 별로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여전히 폼페이오의 출마를 기대하는 눈치다.

폼페이오의 속내는 오는 8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함께 이날 미 의회를 상대로 이란 문제와 관련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미 CNN이 보도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의 배후이자, 대권잠룡인 폼페이오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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