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방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국방운영목표로 ‘정예 선진 강군’ 건설을 내세웠다. ‘정예’의 핵심내용은 군 본연의 임무에만 매진하는 ‘군인다운 군인’,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군대다운 군대’를 양성하는 것이다. 정확한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한민국 군대에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군대는 좀 심하게 말하면 유치원과 같은 모습이다. 병사들은 아이들처럼 여전히 성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간부들은 ‘어린’ 병사들 보살피는데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훈련은 점점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조금만 힘들어도 병사들의 입이 튀어나온다. 아프다는 핑계로 열외되는 병사가 수두룩하다. 세계 어느 나라 군대가 우리처럼 사슬로 총을 묶어두고 사격 훈련을 할까 싶다. 가장 일반적인 전술무기인 수류탄을 던져본 병사는 손에 꼽는다. 야간 훈련할 때 넘어질까 봐 랜턴을 켜고 이동한다.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실전 중심의 훈련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실전적 전기·전술의 배양이다. 사슬에 묶인 총으로 사격하고 수류탄도 던져보지 못한 군인을 군인이라 할 수 없다.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상은 피할 수 없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프로선수가 있는가. 진짜 군인을 만들려면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부상을 당했음에도 전투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부대 지휘관에게 실질적인 부대 지휘권을 보장해야 한다. 포상과 벌칙의 권한 역시 실병 지휘관에게 주어져야 한다. 세세하게 관리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지침을 내리고, 세부적인 수행에 대해서는 지휘관에게 맡기는, 말 그대로 임무형 지휘가 이뤄져야 한다.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지라고 하면, 무사안일의 지휘관, 시키는 것만 하는 순종형 지휘관만 양산될 뿐이다.
이런 변화를 주도할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라 생각한다. 국방부 장관과 각군 참모총장들이 “책임은 우리가 질 테니,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뭘 하라고 하기 전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전 같은 훈련을 주문한다면, 정당한 과정에 발생하는 일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한다. 그것도 여러 번 공식·비공식적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말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원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