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중국서 설 자리 잃는 북한

  • 등록 2016-06-01 오전 6:00:00

    수정 2016-06-01 오전 6:0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필수 코스로 모시고 가던 베이징의 북한 식당이 최근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이색적인 음식 맛과 화려한 공연 등을 접할 수 있어 손님들 반응이 괜찮은 편이었던지라 못내 아쉽다.

이들 식당이 줄줄이 폐업하게 된 이유는 최근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과 대북 제재 시행에 따른 경영난 때문이다. 주 고객이었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부터 최근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대북 제재 이후 중국에서 폐업한 북한 식당은 줄잡아 20곳이 넘는다.

북한 식당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베이징에만도 수십개 식당이 영업해왔고 중국 전역으로 보면 수백개가 있다. 북한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을 통해 매년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중국 내 북한식당 역사는 꽤 긴 편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류경(柳京)이라는 북한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시초였으니 북한은 30년 가깝게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해 온 셈이다. 전통 복장의 북한 종업원들이 내놓는 정갈한 한식 메뉴는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입소문이 났고 이후 중국 내 각 도시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북한의 외화벌이용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짧지 않은 역사의 중국 내 북한식당이 줄줄이 폐업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 북한의 주요 현금 수입원이 줄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이같은 분위기는 북한 지도부 리더십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내 북한과 관련해 달라진 기류는 비단 북한 식당 뿐만이 아니다. 북중 접경지역 단둥(丹東) 일대를 가보면 북한과 거래하던 중국 중소 무역회사 상당수가 대북제재 여파로 철수해 한산한 모습이다. 중국의 대북제재 이후 단둥 창고물량이 50% 급감했다는 소식과 단둥~신의주간 트럭 운행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교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의 대북 수입액은 1억6138만 달러로 지난해 4월에 비해 22.35% 급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이 북중접경지역인 단둥에서 오히려 한국과 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양국 기업들이 참가해 다음달에 열리는 ‘2016 한중(韓中) 단둥 국제박람회’는 우리 기업들이 북한의 빈자리를 채우는 양상이다. 최근 한류 열풍을 바탕으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현지 기업 반응도 좋다.

이처럼 최근 중국내 북한에 대한 기류 변화는 심상치 않다.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에도 한 발 물러서 있던 중국이 올 들어서는 대북 제재에 적극 가담해 북한에 새로운 근심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핵실험 반대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북한 핵무기 실험 계획을 유보시켰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북한 때문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한 태도 변화인 셈이다.

5월의 마지막 날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서면서 국제사회 우려를 높이고 있다. 거듭된 실패에도 발사를 계속하며 대북 제재라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다시 도발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북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마저 두드러진 태도 변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통해 얻는 것은 결국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외에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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