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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교감 선생님은 물론 담임 선생님조차 가해 학생들 편이었어요. 제게 학교는 배움의 현장이 아닌 고통의 공간이었죠.”
대전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5년 5월, A양이 학교에서 인기 있던 남학생과 사귀기 시작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남자를 밝힌다’는 둥 폭언이 A양에게 쏟아졌고, 아무런 이유없는 욕설과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복도를 지날 때면 일부러 발을 걸거나 어깨를 부딪쳐 오는 아이들로 화장실조차 드나들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방 등 A양의 소지품은 ‘걸레’라는 낙서로 도배됐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공공연한 조롱의 대상이 됐다.
A양은 담임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유난을 떤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되레 담임교사가 왕따를 주도한 학생들과 화해를 주선한 뒤 ‘보목’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는 A양과 가까운 친구들에게까지 미쳤다. A양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하자 교장·교감은 전학 이야기부터 꺼냈다.
A양은 “최근 발생한 청소년 범죄 가해자들 중 상당수는 ‘학교 밖 청소년’이지만 저처럼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내몰린 친구들일 수도 있다”며 “학교 담장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짊어져야 할 편견이 늘까 걱정”이라고 했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강릉, 서울 등 지역별 청소년 집단 폭행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A양 같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사건의 가해자들 대부분이 ‘학교 밖 청소년’인 탓에,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로 불편한 눈초리를 견뎌야 했던 이들의 짐이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하지만 A양이 그러했듯 학교 밖 청소년 중 적지 않은 이들은 학교 폭력을 피해 울타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을 돕고 있는 지원센터 관계자는 “센터를 찾는 아이들 중 학교 폭력에 노출돼 사회불안장애 등을 앓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9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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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가장 많은 유형은 기존 제도에 대한 부적응으로 스스로 의지에 따라 자유로운 교육을 받기 위한 경우”라며 “2011년 말 대구 지역 중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사건 이후에도 청소년 폭력이 우후죽순 터진다는 점에서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동안 대책이 실효성이 없는 대증적 조치가 아니었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