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정치는 영화를 이용할 수 없다

  • 등록 2019-07-26 오전 5:00:00

    수정 2019-07-26 오전 5:00:00

[정재형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2020년 5월 총선, 2022년 3월 대선. 앞으로는 선거의 나날들이다. 영화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었는데 한국영화 ‘롱 리브 더 킹’은 내
년 총선의 유권자 민심을 겨냥한 본격 선거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내용은 조폭 출신이 우여곡절 끝에 진실한 국회의원이 된다는 얘기다. 영화 속에서 조폭은 서민을 대신한 것이다.

이러한 영화를 할리우드에서는 포퓰리즘(Populism·대중영합주의) 영화라고 하는데 1930~40년대 민주당 루즈벨트 시기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감독의 영화들을 특별히 지칭한다. ‘디즈씨 도시에 가다’(1936),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 ‘존 도우를 만나다’(1941) 등의 3부작과 ‘멋진 인생’(1946)이 대표적이다. 할리우드에서 디즈, 도우, 스미스는 평범한 서민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를 보자. 시골 촌구석에서 보이스카우트 대장을 하던 정의롭고 순진한 남자가 워싱턴에 온다. 나쁜 국회의원이 그를 허수아비로 기용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적폐세력들을 물리치고 진정한 영웅이 된다는 줄거리다. 포퓰리즘이란 범주가 너무 광대하여 정치적으로는 해석이 복잡하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주로 좌파 포퓰리즘이란 용어를 많이 쓰지만 우파라고 해서 포퓰리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탑텐 포퓰리스트무비’의 저자 메리 클리언스(Mary Clyence)에 의하면 포퓰리즘 영화의 특징은 좌우 이념과는 상관없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주인공은 소수 권력에 대항한 다수의 피억압 서민을 대표한다. 둘째, 절대적 도덕성과 이타주의를 내세운다. 셋째, 부의 추구 역시 도덕성이 개입되거나 무소유로 귀결된다. 이러한 고결한 청교도적 이념은 양당제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노선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민주당이 집권할 때마다 포퓰리즘 영화가 재등장한다. 그건 민주당이 실제 깨끗해서가 아니라 공화당 보다는 민주당이 항상 포퓰리즘을 이용해 깨끗하고 정의롭게 코스프레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퓰리즘이 마치 민주당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클린턴 시기 유행했던 대표적인 포퓰리즘 영화는 ‘리틀 빅 히어로’(1992), ‘데이브’(1993), ‘허드서커 대리인’(1994) 등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층무로도 정당 지지 선거영화 시즌으로 돌입한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니 포퓰리즘 영화들이 얼마나 많이 나타날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국민들이 그에 호응할 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포퓰리즘은 선악이 분명해야 설득력이 있다. 요즘 같은 정치상황에서 누가 선인지 악인지 사람들은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면 포퓰리즘은 과거처럼 통하기 힘들다.

사실 포퓰리즘은 민주당 집권 시기에 유행하는데 선전 측면에서 오히려 효과가 없다. 이미 서민정권이 들어섰는데 서민예찬을 해봐야 무슨 효력이 있겠는가. 보수정권 때 정권을 바꾸기 위해 포퓰리즘 영화가 선전선동 효과를 발휘할지 모른다. 과거 그런 영화가 있었다. 이명박 정권 말기 1000만 영화 ‘광해’(2012)는 1년 후 대선을 겨냥해 만든 포퓰리즘 영화였다. 역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포퓰리즘 영화 ‘변호인’(2013)은 대선 일주일 전에 개봉했다. 그 결과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 되지는 않았다. 영화가 정권을 바꾸지는 못한다. 선전선동의 시대는 이미 지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효력이 없다. 영화는 그저 오락이고 산업일 뿐이다.

미국은 현재 우리의 정치성향과 거꾸로 간다. 보수파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공화당 시기 할리우드는 집권여당의 이념을 따라가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다수 서민 보다는 소수 영웅, 엘리트에 더 치중을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할리우드 영화의 대세는 마블스튜디오의 영웅물 ‘어벤져스 시리즈’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한국의 대다수 서민관객들은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롱 리브 더 킹’ 보다는 소수 엘리트들이 등장하는 어벤져스 영웅들에 더 환호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 흐름을 민심으로 알고 잘 파악해야 하며 거슬러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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