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워라밸 직격탄…작년만 노래방 1400개 문 닫았다

KB금융경영연구소 자영업 분석 보고서
작년 노래방 신규등록 766곳…역대 최저
직장인 회식 감소 등 장기 트렌드 변화
노래방 가장 많은 시·구는 경기도 부천
  • 등록 2019-07-28 오전 9:00:00

    수정 2019-07-28 오후 7:51:03

(그래픽=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직장생활을 15년째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40·여)씨. 그는 최근 몇 년간 노래방에 가 본 기억이 없다. 지난 2000년대 중반께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도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대학을 다닐 때도 ‘한 잔 후 노래’는 공식처럼 여겨졌지만 어느새 잊혀진 존재가 됐다. 김씨는 “요즘 평일 회식은 거의 1차로 끝난다”며 “새로 입사한 젊은 층은 노래방 문화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52시간 도입과 워라밸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노래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새로 등록된 노래방 수는 1990년대 초 처음 노래방이 등장한 이후 가장 적었다. 반대로 문을 닫는 곳은 급격히 늘고 있다. 창업이 어렵지 않아 대표적인 자영업 중 하나였던 노래방이 이제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업은 줄고 폐업은 느는 노래방

28일 KB금융경영연구소의 자영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노래방 신규 등록 수는 766개로 창업이 가장 많았던 1999년(8112개)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산에 처음 노래방이 생긴 1992년(859개)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올해 5월까지 새로 문을 연 노래방은 295곳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15곳)보다 적다. KB금융의 이번 보고서는 정부 기관이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와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 서비스를 통해 분석한 내용이다.

반면 폐업과 휴업, 등록 취소로 시장에서 이탈한 노래방은 늘고 있다. 지난해 1413개로 2015년 이후 매해 증가 추세다. 올해 5월까지 새로 문을 닫은 곳은 657개로 전년 동기(295곳)의 두 배가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의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5316개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현재 3만2796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나마 ‘혼코노 족(族)’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노래방 사업의 재도약을 이끌던 코인노래방마저 최근 줄고 있다. 코인노래방은 2015년 이후 1인가구 밀집 지역과 번화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해 2017년 778곳이 신규 등록하며 전체 노래방의 61%를 차지할 정도로 성업을 이뤘다. 혼자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선곡 부담도 없어 고객에게 높은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점주 입장에서도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방을 넣을 수 있어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다. 인건비 부담이 적은 데다 만취한 고객이 적기 때문에 관리도 수월하다. 그러나 코인노래방마저 감소로 돌아서며 지난해에는 409곳으로 급감했다. 올해의 경우 5월까지 137개로 둔화하고 있다.

노래방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나 사업 경험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시장 진입이 쉽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노래방 ‘락휴노래연습장’의 정보공개서 확인 결과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인테리어, 장비를 포함한 창업 비용(룸 20개 기준)은 약 1억60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룸 4~9개의 소규모 노래방은 비용이 더 적게 든다. 이택수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래방은 전반적으로 영세사업자 중심”이라며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완전경쟁 시장으로 점주들이 장기간 높은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노래방의 쇠퇴는 이처럼 레드오션 시장의 특성이 큰(공급 과잉) 와중에 소비자마저 등을 돌렸기(수요 감소) 때문으로 읽힌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과 워라밸 문화 확산으로 핵심 고객인 직장인의 회식이 줄어든 게 최대 요인이다. 게다가 커피전문점, 당구장, 스크린골프 등 대체재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3년 전인 2016년 8월보다 1만8807개 늘었다. 전에는 통계에 없던 스크린골프장은 4665개가 있다.

“노래방의 능동적 변화 대처 필요”

이 때문에 노래방 업주의 능동적인 변화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택수 위원은 “직장인의 회식 감소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트렌드의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며 “공기질과 내부위생 관리, 노후 인테리어 교체 등을 통해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다소 주춤한 코인노래방은 1인가구 증가와 소비 개인화로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이 위원은 내다봤다. 다만 코인노래방의 시장 진입이 확대될 경우 수익성은 악화할 수도 있다.

한편 노래방이 가장 많은 시·구는 경기 부천시(625개)로 나타났다. 동 단위로 보면 번화가(구월동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는 197개의 노래방이 밀집해 있다. 이어 경기 시흥시 정왕동(191개), 서울 관악구 신림동(186개), 서울 강북구 수유동(180개) 등 오래된 번화가에 노래방이 많았다. 서울의 경우 송파구(507개), 중랑구(366개), 강서구(345개), 영등포구(340개), 강북구(339개) 순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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