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비컬 '영웅본색' 향수를 자극하다

홍콩 느와르 원작 국내 창작뮤지컬
LED 스크린 통해 원작영화 정서 재현
풍림각 총격전 등 영화 같은 표현 '눈길'
원작 모르는 젊은 관객층 어필은 '글쎄'
  • 등록 2020-01-14 오전 12:30:00

    수정 2020-01-14 오전 12:30:00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네 형은 새 삶을 살 준비가 돼 있는데 너는 왜 형을 용서할 용기가 없는 거야. 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 홍콩 느와르의 효시로 여겨지는 원작영화의 명장면이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영화에 등장한 컨테이너가 즐비한 부둣가는 극장 3면을 꽉 채운 LED 스크린 속 영상으로 표현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총격전을 보다 보면 적룡, 장국영, 주윤발 등 원작영화의 주연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등 국내 창작진의 손을 통해 무대로 옮겨진 ‘영웅본색’은 기대 이상으로 원작의 향수를 자극한다. 오프닝 넘버에서는 위조지폐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주윤발의 모습이 그대로 등장한다. 영화 주제가 ‘당년정’과 ‘분향미래일자’는 1막과 2막의 절정을 알리는 넘버로 흘러나오고, 영화 속 주요 테마곡도 다채로운 편곡으로 곳곳에 삽입돼 원작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무대로 옮겼다는 점에서 ‘영웅본색’은 제대로 만든 ‘무비컬’이라 할 만하다.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LED 스크린이다. 다른 뮤지컬과 달리 ‘영웅본색’에는 세트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1000여 장의 LED 패널로 만든 스크린을 통해 작품의 배경인 홍콩의 풍경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마천루로 빛나는 야경, 트램이 달리는 시내, 홍콩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익청빌딩을 연상케 하는 건물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자호의 복수를 위해 풍림각을 찾아간 마크가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벌이는 총격전은 스크린 속 영상과 호흡을 맞추는 배우의 연기로 표현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다만 2시간 30분 가까이 쨍한 영상을 마주하다 보니 눈이 피로한 느낌도 없지 않다.

스토리는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범죄조직에 속한 형 자호와 경찰이 된 동생 자걸의 갈등, 이들 사이에서 의리를 지키는 마크의 이야기가 원작과 같은 흐름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원작영화 2편에 등장한 자걸의 잠입수사 에피소드를 삽입해 극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한다. 특히 2막 초반부는 영화의 플래시 백을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다만 원작영화를 충실히 재현한 뮤지컬이 ‘영웅본색’을 본 적 없는 관객들과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작영화의 팬이라 할 수 있는 중장년층 남성 관객이 뮤지컬 주요 관객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티켓 예매처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영웅본색’은 다른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20~30대 여성의 예매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작영화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홍콩 시민들이 가졌던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의 정서를 남성들의 의리라는 코드로 풀어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뮤지컬이 강조하는 남자들의 의리가 지금 시대의 관객에게 얼마나 와 닿을지도 관건이다.

음악은 영화 주제가 외에도 ‘공동도과’ ‘전뢰유니’ 등 장국영의 대표곡을 적절히 활용했다. 유준상, 임태경, 민우혁이 자호 역, 한지상, 박영수, 이장우가 자걸 역, 최대철, 박민성이 마크 역으로 출연한다. 이들 외에도 김대종, 박인배, 제이민, 송주희, 유지, 이정수, 선한국, 문성혁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3월 22일까지.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뮤지컬 ‘영웅본색’의 한 장면(사진=빅픽쳐프러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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