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는 양극화 초래..임대 등록제 도입 후 추진을"

김현아 실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해야"
김수현 원장 "임대 등록제, 양도세 중과 폐지와 '빅딜' 필요"
  • 등록 2013-11-12 오전 7:33:09

    수정 2013-11-12 오전 7:33:0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2014년 한국은 ‘부동산 디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가 된 책 <대담한 미래>에서 저자인 최윤식 아시아미래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갈파했다. 고점에서 버텨왔던 집값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이른바 부동산 법안 ‘빅딜’에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늘어난 전세 수요와 전셋값 급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내놓은 해법은 각기 다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 핵심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리는 진단과 처방 속에서 바람직한 해법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이데일리가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을 대표하는 부동산 전문가 2명과 함께 ‘맞장 토크’를 진행했다. 진보 진영에 있는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사회경제비서관 등을 지내며 부동산정책을 직접 설계했다. 이론과 실무를 함께 갖춘 현실주의자로 통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통계와 현장을 아우른 미시적 관찰과 거시적 안목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현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논현동에서 이들이 벌인 논쟁과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정책의 속내를 가감 없이 게재한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임대시장 양극화 우려

▶박종오 기자(이하 기자)=빅딜 법안 중 가장 관심 높은 것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부다. 이 제도가 전·월세시장의 해법이 될 수 있나.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식당에서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장(왼쪽)과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이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관련 법안 ‘빅딜’을 두고 맞장 토론을 벌이고 있다. <권욱 기자>
▶김현아 실장(이하 김현아)=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시장은 일찌감치 준비한다. 국회가 방향을 잡아간다고 소문나는 순간 집주인이 전·월셋값을 먼저 올릴 것이다. 통상 계약 만료 3개월 전 재계약 여부를 물어보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 집주인들은 미리 물어본다. 나중에 재계약하면 5000만원 올려야 하는데 지금 빨리 하면 4000만원만 올려준다는 식이다. 세입자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기자=장기적으로는 세입자에게 이익이지 않나.

▶김현아=다른 문제도 있다. 전세는 상대적으로 ‘있는 사람들’ 문제다. 요즘 신혼부부도 격차가 있다. 아이들 신혼집 마련에 1억원 넘게 대주는 건 평범한 일반가정이 아니다. 정부가 전세를 떠받들면 전세시장에는 오히려 진입 장벽이 생길 수 있다. 전세로 신혼을 시작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월세 세입자)의 격차가 급격히 커질 것이다. 정부가 계속 전세를 유지시켜주는 게 맞나, 아니면 자기 소득 수준에 맞춰 안정적인 월셋집에 살게 해주는 게 맞나 따져보면 후자가 맞다고 본다. 전세를 떠받드는 게 정말 정부가 신경써야 할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수현 교수(이하 김수현)=전세 문제가 경제가 아닌 정치 논리화돼 버렸다. 우리나라 임대차시장은 이원화돼 있다. 저가의 월세시장과 고가의 전세시장. 강남의 전용 18평짜리 아파트 전셋값이 최하 3억원이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에 안 맞는 임대차 시스템이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임대차 제도다. 집값이 오르던 시기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주고 목돈을 가져다쓰는 용도였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지금은 손해만 나니까 유지할 이유가 없다.

▶김현아=실효성도 의문이다. 지금 전·월세 상한제는 금액이나 지역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김포의 미입주 아파트에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작동될까. 전세는 지속 가능한 임대주택이 아니다. 명분은 훌륭하지만 차 떼고 포 떼고 다 맞게끔 설계하면 작동이 안 될 것이다.

임대주택 등록제… 민간 임대시장 관리 위해 필요

▶기자=전·월세 상한제가 월세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떤가.

▶김현아=굉장히 복잡하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만들어도 시장을 따라가기 어렵다. 연구하는 쪽에서도 일단 임대시장을 좀 파악해야 겠다고 결론났다고 한다. 실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세세히 규제하려고 하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부작용이 튈 수 있다. 없는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김수현=전·월세 가격에 상한을 두자는 절박함은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상한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민간 임대시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임대용 주택 중 등록된 게 5%, 임대소득세를 내는 게 2%다. 이게 문제의 본질이다. 임대전용 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상한제는 작동하기 어렵다. 집주인이 살겠다고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자=전·월세 상한제보다 임대주택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김수현=기왕 ‘딜’을 하려면 크게 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임대주택 등록제와 ‘딜’해야 한다고 본다. 민간 임대시장에서 진짜 추구해야 할 목적이 뭐냐. 전세금 잡고 싶다? 정부가 무슨 짓을 해도 못 잡는다. 왜냐하면 전세제도 자체가 집값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고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정부가 그간 못했던 인프라를 구축하고 준비해야 한다. 임대 등록제 전면화가 더 솔직한 대안이다.

▶김현아=등록제 도입 전에 거칠 단계가 있다. 전셋집은 투자용 주택이다. 임대용으로 묶기 전에 정리가 필요하다. 다주택자 중 임대사업자로 남을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주택자 중에는 3주택보다 2주택자가 훨씬 많다. 특히 2007년 집값 절정 때 노후 대책 등을 위해 집 산 사람들은 지금 집을 팔지 못해서 울상이다. 그나마 집값이 오른 예전 주택을 팔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빚 갚을 돈으로 세금 내고 나면 막막하지 않겠나.

▶기자=임대사업자 등록은 반발이 클 것 같다.

▶김수현=등록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은 소득 노출과 사회보험료 증가, 임대 의무기간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과세는 10년간 유예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보험료 등도 마찬가지다. 돈 받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과감히 낮춰주는 것도 방법이다. 등록제 없이 양도세 중과를 날리는 건 바보짓이다. 징벌적 과세를 없애주는 대신 당당한 임대사업자가 되라고 요구해야 한다.

▶기자=임대용 아닌 집은 처분해야 하나.

▶김현아=사인을 줘야지. 이때까지 팔면 양도세 혜택을 받고 계속 다주택자로 남고 싶으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하면 된다.

▶기자=집이 안 팔리는데 과연 기간 내 처분이 될까.

▶김현아=정상 세율로 간다는 안정적인 사인을 주면 빚 갚고 싶은 사람은 적극적으로 처분할 것이다. 임대용 주택 의무화가 전제되면 새 수요자는 부담이 되겠지만 임대용 주택의 수요 기반을 확대하는 문제는 차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양도세 중과세 폐지해도 집값 안 오른다”

▶기자=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면 매매시장이 활성화되고 임대 공급이 늘어날까.

▶김수현=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정책은 이미 신뢰가 깨졌다. 더 걱정스러운 건 세금이 감면되면 뭔가 (시장이)살아날 것 같다는 식의 선정적 선동의 대상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그것(세금 감면) 해도 (시장은) 안 살아난다. 그것 했는데 안 살아나면 어떻게 하나 그 다음이 오히려 걱정이다.

▶김현아=언론 역할이 컸다고 본다. 정책 발표 때 신문에서 어떤 제목을 뽑느냐에 따라 학원 선생님이 짚어주는 것처럼 사람들 인식도 달라진다.

▶김수현=사실 정부도 다 안다. 그것(세금 감면) 한다고 전세금 내려가거나 집값 오르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을) 시장 활성화 논리로 접근하는 순간 왜곡되기 시작한다. 불확실성을 정상화하는 걸로 봐야지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면 아무 것도 못한다.

▶김현아=애들 공부 안할 때 방 정리 해주면 달라지는 것처럼 환경을 바꿔주면 약간의 심리적 개선 효과는 있을 것 같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돼도 시장에 별 영향 없을 것”

▶기자=분양가 상한제는 어떻게 보나. 의미 없는 규제라는 말이 많다.

▶김현아=완화한다고 집값이 오르진 않을 것이다. 다만 탄력 적용 대상을 잘못 골랐다. 공공·민간 택지의 문제는 아니다. 차라리 상한제를 폐지하고 정말 필요한 강남 재개발·재건축을 묶는 게 낫다.

▶김수현=지금 분양가 상한제 폐지 영향을 받는 것은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알아서 상한액 이하로 간다. 일반 서민에게는 아무 불편이 없다. 강남에만 이해관계에 얽혀 있으니 정치권에서 폐지를 세게 주장하지 못한다.

▶김현아=그간 규제를 유지하면서 기본형 건축비나 옵션 등 완화 조항을 너무 많이 허용했다. 차라리 제도를 폐지하고 꼭 필요한 지역에 적용해 단가를 내리는 상한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김수현=이 문제는 당장 개정해도 실익이 없다. 정치권이나 시장 압력도 강하지 않다. 안전장치로 그냥 둬도 된다. 사실 경기가 워낙 나쁘니까 원흉을 찾는 것 아닌가. 양도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가 문제라지만 진짜 원흉은 경기 그 자체다. 큰 원흉을 건드려봐야 조작이 어려우니까 자꾸 작은 것을 건드린다. 기대가 클수록 시장은 오히려 더 위축될 수 있다.

▶김현아=그럼 착각을 깨는 방법이 뭐냐. 정말 다 없애보는 거다. 개발시대의 잔재는 정리하고 가는 게 맞다.

▶기자=임대주택 등록제를 제외하면 두 분 모두 빅딜 전반에 부정적인 것 같다. 이유는 뭔가.

▶김현아=부작용이 우려되면 대안을 찾아야지 법을 무작정 ‘딜’한다는 게 모순이다. 설명이 복잡하니까 상징적이고 극단적인 문구를 택해 편하게 ‘맞딜’을 한다.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않으면 결국 어느 것도 작동이 안 될 것이다.

▶김수현=상한제 규제보다 더 시급한 게 등록제 도입이다.

▶김현아=민간 임대시장은 우리가 전혀 파악이 안됐던 곳이다.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김수현=일본이 장기 침체에 접어든 1992년 이래 단기 처방을 굉장히 많이 내놨다.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국민이 즉각적인 걸 원해도 욕 먹고 다음 준비를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지금은 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다. 빅딜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부동산정책의 기본 틀을 바꾸는 단계로 가야한다. 지난 40년간 한 번도 손대지 않았고 여전히 손댈까 말까하는 게 민간 임대다. 이 구조를 바꾸거나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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