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보수]⑦"섹시한 보수를 원한다"..단톡방에 모인 2030보수

2030 중도보수 5인 익명 토론
"여전히 보수라 밝히기 조심스러워"
"文정부 포퓰리즘, 예상보다 심각"
"한국당, 현 정부 막을 여력없어 `한심`"
"중도층 끌어안을 세련된 보수원한다"
  • 등록 2018-02-06 오전 5:30:00

    수정 2018-02-06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편집자주]한국 보수가 수렁에 빠졌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산업 역군’으로 칭송받았지만 이제 ‘무능’ ‘부패’ ‘꼰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았다. 기존 보수 유권자조차 보수정당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보수 궤멸’ 상태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바람직한 민주주의를 위해 건전한 견제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벼랑 끝에 몰린 보수 정치권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2012년 대선은 ‘젊은 보수’의 반란으로 불렸다. 2030세대의 3분의 1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2030세대는 8%뿐이다. 대통령 탄핵사태를 거치며 젊은 보수층이 상당 부분 이탈한 탓이다.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무당파’ ‘중도’ 등의 가면을 쓰고 숨어버렸다. 과연 ‘젊은 보수’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이데일리는 지난 4일 스스로를 ‘중도 보수’라 칭하는 2030세대 5명을 익명 채팅방에 초대했다. 처음에는 모두 머뭇거렸다. 익명이라고 강조했음에도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기 꺼려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지난 탄핵 정국이후 묵혀둔 답답함이 터져나왔다.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를 견제하지 못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도 날을 세웠다.

“보수라고 밝히면 ‘일베충’소리 듣죠”

사회자=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최근 모임이나 술자리서 ‘보수’라고 밝히시나요?

카멜레온보수(이하 카멜)=진보 성향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얘기하지 않아요. 괜히 부딪히기 싫어요. 참석자 모두 보수라는 확신이 있어야 겨우 밝힙니다.

아직도멘붕(이하 아멘)=최순실 게이트 이후로 더욱 껄끄러워요. 조심하게 돼요.

깨끗한보수없나(이하 깨끗)=말하는 순간 부패를 좋아한다고 낙인찍혀요. 최대한 피하죠.

보수의진보를꿈꾸다(이하 꿈)=지금 보수라고 말하면 ‘일베충’아니냐는 농담까지 듣죠. 부패를 좋아한다는 오해도 받고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금은숨어있지만(이하 숨어)=저 역시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회자=말 나온김에 더 물어보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여러분에게 어떻게 기억되나요

아멘=‘멘붕’ 그자체 였죠. 박근혜 주변에 있던 그 많던 유능한 사람들은 그동안 다 뭐하고 있었나 싶기도 했고요.

카멜=죄를 지었으니 처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죠. 저같은 보수 지지자들의 사기도 떨어뜨렸고요. 박근혜·최순실이 원망스러웠어요.

숨어=저 역시 최순실 사태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다만 최순실 사태가 보수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은 안타까워요.

깨끗=일부 동의합니다. 사태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실망감을 키웠어요. 수사가 시작된 후 취재조차 거부하는 모습은 정말 불신을 자초했어요.

“文당선 막고싶었지만..대안없었죠”

사회자=작년 대선 이야기를 해보죠. 뽑을 사람이 있었나요.

아멘=너무 뽑을 사람이 없었죠. 솔직히 말하면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심정으로 투표했어요.

숨어=다들 문재인을 뽑기는 싫은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 많았죠.

깨끗=이미 기울어진 여론속에 투표하는 것이 의미없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사회자=결과적으로 보수는 참패했습니다. 보수후보를 표방한 홍준표 후보는 왜 대안이 되지 못했을까요.

카멜= ‘꼰대’ ‘꼴통’ 이미지가 컸어요. 박근혜가 실패한 이유가 결국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잖아요. 근데 홍 후보의 약점도 소통이라는 게 아이러니였죠.

꿈꾸= 진보:보수:중도가 30:30:40 비중이라면 보수진영이 40의 중도를 포용하는 전략으로 가야하는게 맞죠. 하지만 홍 후보는 30의 보수의 견고화 전략을 취했어요. 한계가 뚜렷해보였죠.

숨어=선거운동 내내 ‘네거티브’ 전략에만 집중했어요. 본인의 콘텐츠가 없어보였죠.

사회자=안철수는 어땠나요. 적잖은 보수진영의 지지를 받았는데요.

카멜=오락가락하는 모습에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정치 기반도 불안해보였고요.

아멘=사실 전 안철수와 유승민을 두고 고민했었어요. 한국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안 후보의 진정성에 공감했어요. 하지만 지지기반을 통합하지 못하고 애매한 말을 쓰는 부분은 불안했어요.

사회자=‘개혁보수’를 표방했던 유승민은 어떻게 보셨나요.

꿈꾸=유 후보의 소신과 원칙, 그리고 대선 당시 공약과 경제관은 동의합니다.

카멜=주변 보수주의자들 중에선 유승민 지지자가 많았어요. 하지만 사표를 우려한 탓인지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깨끗= 전 좀 다른데요. 소신을 밀어붙이는 점은 정말 인상적이지만 한국당을 탈당했다는 점은 큰 오명입니다. 본인도 박근혜 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인데 당을 나갔어요. ‘보수 분열’의 책임이 있죠.

“文정부, 한 마디로 포퓰리즘..예상보다 더하다”

사회자=현재로 돌아와볼까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이 지났습니다. 다들 어떻게 보시나요. 할말이 많으실 듯 한데요.

깨끗=한 마디로 ‘포퓰리즘’이죠.

카멜=상상 이상입니다. 가끔 홍준표를 뽑지 않은 것을 후회될 정도로요.

아멘=하...공감이요. 자신의 임기에서뿐만 아니라 수년 내에 문제가 될 만한 일들을 많이 벌이는 것 같아요.

깨끗=공무원 증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을 보면 수혜를 입는 사람보다 피해를 입는 사람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실제로 정규직 전환도 일선 환경에선 혼란이 더 큽니다.

아멘=물론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사회 부조리를 청산하려고 하고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높게 삽니다. 표면적으로라도요.

카멜=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사람들한테 표를 많이 얻을만한 정책들을 갖고 나오는 거 같아요. 일단 비정규직 문제만 봐도 그래요.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느라 오히려 신입을 뽑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공무원을 늘리는 방안 역시 정말 근시안적이죠

숨어=전 ‘블라인드 채용’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간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아닌가요?

제1야당 한국당? “현 정부 막아낼 여력없다”

사회자= 시선 돌려보죠. 한국당이 지난 9개월 간 제1야당 역할을 잘 해왔나요? 한국당이 정부의 국정운영을 제대로 견제했다면 이런 우려가 줄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깨끗=한국당은 현 정권을 막아낼 여력이 없어요. 내부적인 문제 해결하기도 시급하지 않나요. 현 정권의 독주를 막아낸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죠.

카멜=박근혜 탄핵 이후 여론을 얻지 못했어요. 국민들 인식도 바닥을 치고 있고요. 이 상황에 국민들이 한국당이 정부 비판을 한들 들어줄까요.

깨끗=밥그릇 챙기는 모습도 실망스러웠죠. 서청원-최경환 같은 경우도 자기들 밥그릇에 문제가 생겨야 목소리를 냈잖아요. 그 외 다른 의원들도 몸 사리느라 바빠 보이고요.

아멘=이렇게 된 거 아예 재기도 못하게 무너지고 다른 당이 나타나 줬으면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죠.

진보=그 점에서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미래당’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쉽진 않겠지만요.

깨긋=의미는 좋아요. 다만 안철수-유승민 대표가 개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멘=개인적으로는 찬성해요. 중도우파나 중도좌파가 통합해준다면 훨씬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당론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숨어=기대 반 걱정 반이죠. 하지만 중도가 살아남기 힘든 한국 정치지형 특성상 살아남을 지는 의문입니다. 과연 다음 총선까지 살아남을지 모르겠어요.

보수층이 꿈꾸는 보수? “멋지고 세련됐으면”

사회자=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보수 가치가 궁금합니다.

아멘=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국가 안정과 공동체의 행복’이요. 동아시아 특성상 국가 안보가 최우선입니다.

깨끗= 보수의 최우선 가치는 자유를 바탕으로 한 시장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자유는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자유의 의미가 큽니다.

숨어=저도 비슷해요.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게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열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딸 수 있는 기회요.

깨끗=보수가 일단 바뀌어야 해요. 진보진영처럼 투쟁력있고 단결력있는 유능한 정치인을 뽑아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해보입니다.

진보=시장 중심의 규제완화가 핵심이라 봅니다. 최근 글로벌 분위기와 역행하는 움직임이 보여 안타까워요.

사회자=마지막으로 어떤 보수정당을 꿈꾸시나요.

아멘=일단 마케팅을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먼저다’라는 낯뜨거운(?) 마케팅도 서슴없이 할 수 있어야죠.

카멜=맞아요. 정치에선 쇼도 중요해요.

숨어=리더도 중요하죠. 연장선상에서 세련되고 멋지고 섹시한 리더가 이끄는 보수를 기대합니다.

진보=젊은이들을 포함한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해요. 저같은 중도층을 끌어안을수 있는 세련된 보수정당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에필로그-대화가 끝난 후..“언젠가 양지서 만나자”

당초 약속했던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약속한 채팅 시간이 지났지만 퇴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다양한 대화가 30분 넘게 이어졌다. “정치 이야기를 한 게 실로 오랜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참아온 말이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보수가 소통할 만한 채널이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지금은 숨어있어도 언젠가는 양지에서 만나자”는 자조적인 농담도 오갔다. 젊은 보수는 할 말이 아직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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