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폐기물 대란 지자체·시민 탓이라는 환경부 장관

"1차 책임 지자체", "병에 든 물 안 먹어야" 무책임 발언
시민단체에서도 "장관이라면 그런 말 하지 말았어야"
활동가 틀 벗어던지고 행정가의 책임과 면모 보여줘야
  • 등록 2018-04-23 오전 6:00:00

    수정 2018-04-25 오전 11:15:03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수도권 재활용 업체의 폐비닐·플라스틱 수거 거부로 불거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빚어진 지도 3주가 넘었지만 현장의 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쓰레기 대란과 관련한 최근 라디오 인터뷰 발언이 뿔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환경 당국의 수장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다른 곳에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태도를 보인 탓이다.

김 장관은 ‘반(反) 환경’ 디자인 논란에 휩싸인 아리수 페트병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뜸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왜 페트병에 넣어 먹어야 하나”며 “서울시가 아리수 페트병 자체를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페트병에 든 물은 마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어 한 발언은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는 재활용 쓰레기 대란과 관련한 질문에 “1차적 책임이 기초자치단체에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환경부를 꾸지람한 것도 왜 지자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느냐였다”고 했다.

결국 답변을 듣던 진행자가 “이건 (국민과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제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같은 발언에 김 장관과 함께 환경운동을 함께 했던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조차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페트병을 소비하는 국민들에게까지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해결의지라곤 느껴볼 수 없던 무책임한 인터뷰였다”고 했다.

다른 환경 현안에서도 ‘무책임’과 ‘2중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봄철 미세먼지 추가대책’을 발표했으나 ‘재탕’ 논란만 자초했다.

김 장관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환경부의 환골탈태를 강조하며 “환경부가 힘 없는 부처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가 환경가치를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다하지 못해왔다는 자성(自省)”이라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김 장관에게 묻고 싶다. 부처 구성원들에게 환골탈태를 요구한 6개월 간 김 장관은 대체 무엇을 했는 지다.

정책 당국 수장의 면모를 보여야 할 김 장관의 언행이 여전히 시민단체 활동가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게 환경부 안팎의 인식이다. 국민이 장관에게 요구하는 것은 환경단체 활동가의 비판 의식이 아닌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