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백남준의 '다다익선'…삼성 "LCD 교체 지원 가능"

삼성TV로 만든 작품 수명 다해
브라운관 등 부품 단종, 보수 어려워
LCD로 교체 vs 철거…의견 팽팽
삼성 "2003년 개·보수때도 지원"
  • 등록 2018-04-24 오전 5:05:00

    수정 2018-04-24 오전 5:05:0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다다익선 상영 중단 안내. 모니터 및 기계의 노후로 안전점검을 위해 상영을 중단하고자 하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월 13일부터 수리 완료시까지’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이 가동 중단된 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돼있다. 사진=김겨레 기자
지난 20일 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1988년부터 30년동안 미술관 중앙을 지켜온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이 화면이 꺼진 채 회색빛 구조물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다다익선을 구성하는 브라운관 TV가 노후화된데다 더이상 부품도 생산되지 않아 유지·보수가 어려워서다. 미술관 관계자는 “현재로선 언제 다시 가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브라운관 모니터를 LCD(액정표시장치)로 바꿔야할지 등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온 삼성전자(005930)도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다익선은 30년전 삼성전자가 1003대의 TV를 지원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이 작품 앞에는 ‘다다익선은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제공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놓여있다.

백남준과 삼성전자의 인연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품에 소니 TV를 써오던 백남준은 이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이후부터 삼성 TV를 사용했다. 백남준의 뉴욕 구겐하임 개인전을 한국에 들여온 것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다.

삼성전자는 다다익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물심양면 힘써왔다. 지난 2003년 삼성전자는 다다익선 개보수를 위해 모니터 470대와 현금 1억원을 지원했다.

2005년 브라운관 TV를 단종한 뒤에도 삼성전자는 고장난 모니터를 교체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와 중국, 베트남에서 브라운관 TV를 공수해오기까지 했다. 2006년과 2016년에는 백남준을 주제로 한 전시도 기획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 램프코어에 설치된 백남준작품 다다익선
이제는 삼성전자조차 더이상 브라운관 TV를 구하기 어렵지만, 미술관이 요청한다면 LCD 패널이나 LCD TV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같은 화면이 반복되는 백남준 비디오아트의 특성상 번인 현상이 우려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보다는 LCD TV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은 다다익선을 두고 수년째 의견 수렴만 이어오고 있다. 브라운관 외관은 그대로 두고 화면과 내부를 LCD로 교체할 지, 해체해 따로 보관할지, 새 TV로 백남준을 오마주하는 작품을 만들지 등 의견이 분분하다. 미술관은 2012년에도 백남준 작품의 기술전문가 이정성 씨 등을 불러 이를 논의했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그동안 미술관 직원들은 매일 아침 다다익선 구조물 안으로 기어들어가 모니터 전원을 켰다가 미술관 문을 닫으면 다시 전원을 끄기를 반복했왔다. 또 다다익선 구조물 내부에 대형 에어컨을 설치해 열을 식히는 등 모니터 노후를 막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되지 못했다. 결국 6년만에 다다익선의 불빛은 꺼지고 말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술관에서 다다익선 브라운관을 LCD로 교체하겠다면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삼성이 나서서 TV 전면 교체를 거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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