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새싹 뭉개는 질병관리본부

3년간 30억원 투자한 제품 국내서도 사용 난항
시장 선점한 해외제품에 기준 맞춰
국내 기업 “서비스 경험과 지식 쌓을 기회 없어”
  • 등록 2019-01-24 오전 5:00:00

    수정 2019-01-24 오전 5:00:00

충북 오송에 자리한 질병관리본부.(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정부기관의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바이오 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다.

체외진단시약을 만드는 S사는 3년간 30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잠복결핵을 진단하는 시약을 만들었다.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다. 대량 검사가 가능한 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다. 하지만 이 회사는 올해 초 질병관리본부의 잠복결핵 진단시약 구매입찰을 추진하다가 포기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허가 외에 공인받은 외부 기관에서 진행한 정확도와 신뢰성에 대한 질적 평가자료를 추가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또 다른 외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외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또 다시 8~9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질병관리본부가 조항을 수정하지 않는 한 이번 입찰에 응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17일 열린 입찰은 그동안 국내 시장을 독점했던 독일계 회사 한 곳만 응해 유찰됐다.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사는 ‘외부 기관의 추가 평가’ 요구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에) 이의를 제기해 놓은 상태다.

2017년부터 집단시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사가 의무화된 후 잠복결핵 진단 시장은 앞서 언급한 독일 회사가 독점해왔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가격협상을 할 수 없었다. S사가 개발한 제품은 독일 제품에 비해 가격은 30~40% 저렴해 시장에 출시하면 국가 예산도 아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불필요한 조항 때문에 애써 만든 기술이 시장에 바로 출시되지 못하고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질병 특성 상 제품 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확진을 받으면 3개월 정도 약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바탕으로 허가를 냈다고 해도 실제 검체를 가지고 여러 기관에서 분석했을 때 기관간 결과값이 차이가 일관되고 정확하게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식약처의 성능확인서로는 이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이지만 꼭 필요한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사는 “질병관리본부가 허가과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경쟁제품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S사는 환자 26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오히려 질병관리본부가 요구하는 외부 평가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외부 평가는 잠복결핵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환자의 혈액 중 남은 것을 외부기관에 보내 해당 제품으로 검사했을 때 양성인지 음성인지만 확인하는 것으로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보다 더 간단하다.

허가를 내준 식약처는 “국내 허가 심사 수준은 절대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국내 의료현장에서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제품을 정부가 믿지 못하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해외 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발한 나라의 정부도 밎지 못하는 제품을 어떻게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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