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기준금리가 '기준' 삼아야 할 것은

신세철 전 금융감독원 국장·‘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19-07-09 오전 5:00:00

    수정 2019-07-09 오전 5:00:0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7명 위원들의 금리 향방에 대한 의견 분포도인 점도표(dot plot)를 보고 미국 정책금리 동향을 수시로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 향방을 암묵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긴급 상황이 아니라면, 금리는 어디까지나 한국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
영해야 경제순환이 탄력 있게 진행될 수 있다. 거시경제 여건이 딴판인 국가의 금리 향방에 따라 기준금리가 휘둘린다면 한국경제는 갈피를 잡지 못하여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외국보다 낮으면 외국인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단은 미시적 단견에 불과하다. 외국인들은 채권시장만이 아니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주가·환율의 변동 방향을 종합적으로 내다보고 자기 나라 화폐가치로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때 투자한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미래의 통화가치도 주식가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투자대상국 경제 역동성을 중시한다. 금융부문과 실물부문 불균형 현상이 장기화하면 경제 활력 저하를 초래하고 외국인투자 이탈과 환율급등 가능성 또한 커진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이 1999년 7월~2001년 3월 사이와 2005년 8월~2007년 9월 중에도 있었지만 외국인 자금 탈출 기미도 없었고 한국경제에 어떠한 충격을 준 흔적도 없다. 또한 201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으로 상당수 관계자들이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이탈을 염려하였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외국인 탈출이 아니라 오히려 상당 규모의 외국인투자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환율도 금리 때문이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기조 후퇴와 함께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상반기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현상을 반영해 시장금리인 국고채(3년) 금리가 1.42%까지 하락, 정책금리인 기준금리 1.75%보다 0.33%포인트(p)나 낮은 지경에 이르렀다. 기준금리를 한차례 내리더라도 비정상이 해소되지 않을 상황이다. 기준금리와 국고채(3년) 금리가 역전되고 그 폭이 확대되는 현상을 야구에 비유하면, 타자가 한 눈 팔고 있는 사이에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 포수 글러브에 빨려든 줄도 모르고 볼넷을 기다리는 안쓰러운 상황과 같다.

거시경제여건 변화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고 향후에도 기준금리를 엉거주춤 붙들고 있으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괴리에 따른 부작용이 확대되고 후유증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생각해보자 2019년 현재 우리나라 (예상) 경제성장률 2.0~2.5%, 물가상승률은 0.5% 내외라고 하면, 우리나라 산업 전체의 평균수익성이 물가상승률을 포함해 2.5~3.0% 정도라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자본비용인 금리가 적어도 2.5~3.0% 이하라야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2019년 5월 중 시중은행 가중평균 대출 금리는 무려 3.71%에 달하는 고금리다. 제2금융권은 비교할 수도 없다. 과거 고성장·고물가·고금리 시대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금리가 낮다고 오판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를 자본비용이라고 착각하는 것일까? 경기확장국면이 아닌 경기수축국면에서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값보다 높은 금리를 지불하며 생존할 계속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라 전체의 기회비용인 금리가 전체 사업의 평균수익성보다 높은 상황에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지금과 같은 금리구조에서 경제 선순환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우선 기준금리부터 정상화해야 한국경제의 앞을 내다볼 수 있다. 금융과 실물의 불균형을 제거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중장기적으로 외국인투자 자금 이탈이나 환율급등 사태도 예방할 수 있다. 설비투자 감소, 수출물량 감소 같은 한국경제 무기력 증상을 감안할 때 우물쭈물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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