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文의 중재 노력 판가름날 한반도 운명의 주말

스웨덴에서 북미 실무협상 개최..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될지에 촉각
김정은, 올해 말까지 북미 협상 시한 걸면서 대화 촉구
이례적으로 실무회동을 내부에도 보도한 北..긍정적 시그널
동시에 SLBM 도발로 압박 강도도 최고조로
  • 등록 2019-10-05 오전 6:03:00

    수정 2019-10-05 오전 6:03: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중대 기로를 맞았다. 오는 4일과 5일 미국과 북한이 8개월여 만에 북핵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게 될 실무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한 번의 엇갈림 속에 무려 8개월을 허비했던 북미다. 이번에 다시 엇나간다면 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 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짐짓 딴청을 부리는 모양새다. 지난 두 차례에 북미 정상회담에 걸었던 기대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의 낙담을 경험해서인지 ‘북미 간의 일’로 거리를 두려는 인상이 짙다. 청와대도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는 장소와 시간에는 입을 닫고 있고 외교부에서도 별도의 직원 파견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9일 9월 하순께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알리자 한 해 건너 뛰기로 했던 유엔 총회에 급하게 뛰어갔던 문재인 대통령이다. 정상의 순방 일정이 늦어도 1~2달 전에는 결정되는 선례에 비춰봤을 때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은 불과 그 2주 전인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 만큼 북미 관계 회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하면서 북한의 언 마음을 녹이려 애썼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등을 폐기하고 한국전 미군 전사자 유해를 송환하는 조치를 취하는 동안 북한이 얻은 실질적 이익은 미미했다. 재래식 무기가 열등한 북한에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바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제안이다.

실제 2018년 남북이 화해 무드에 돌입한 이후에도 함께 추진한 사업들은 북한 입장에서는 가욋일의 성격이 강했다. 남북 군사회담으로 DMZ 주변의 군사적 긴장감이 완화된 것은 소득이지만 올림픽 공동 유치나, 양묘장 현대화 등은 현재 북한으로서는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철도·도로는 연결하자고 착공식까지 했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보다 실제적인 비핵화 ‘입구’ 만들기에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체제 안전 보장을, 미국이나 유엔군 등 국제사회가 아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 북한에 제안한 것이다. 이 제안이 북한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추후 협상을 지켜볼 일이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에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양측이 8개월여의 숙려 시간을 가졌다는 데 있다. 지난 2017년 6월 역사상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통 크게 합의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불과 8개월 후인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악수만 나눈 채 돌아섰다.

정상들이 수면 위에서 서로의 우애를 과시하는 동안 기실 수면 아래에서는 별다른 협상안 도출이 되지 못했다. 철저한 실무협상의 실패였다. 첫 만남에서 통큰 합의로 기세를 올렸던 양 정상이 실제로는 이뤄진 바가 전혀 없었음을 곱씹을 수 있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김 위원장은 미국에 2019년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의 시한을 못박는 시정연설을 하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 받기도 했다. 양측은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의 대표적 책임자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는 조치도 취했다. 다시 협상장에 나서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북미 실무협상을 위해 스웨덴을 찾은 북한 대표단이 4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에서 나가고 있다.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오른쪽 첫번째)과 정남혁 북한 미국연구소 연구사(가운데) 등 6명은 북미 예비접촉이 예정된 이 날 오전 9시 40분께 북한대사관에서 나와 검정색 승합차를 타고 출발했다.(사진=연합뉴스)
우선 최 부상이 9월 실무협상 재개를 알린 데 이어 지난 1일 양측의 협상 스케줄을 대강 공개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정상회담 개최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않았다. 실무협상 일정을 먼저 알린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로, 이번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부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북한은 최 부상이 담화를 발표한 바로 이튿날인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금껏 도발해온 단거리 미사일과 달리 SLBM이 미국을 위협하는 전략무기인 만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기싸움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일단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제재유지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이번 실무협상의 성과와 연결돼 있다. 아울러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 정책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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