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학생 비상]①[르포]군사작전 방불케 한 대학들의 학생이송

대다수 대학 이주부터 中유학생 기숙자 격리
공항 곳곳에는 방역복 입은 대학 관계자들
"한국 더 위험해"…입국 취소하는 유학생들도
대학 "격리인원 도시락 지원 비용 등 걱정많아"
  • 등록 2020-02-26 오전 12:12:00

    수정 2020-02-26 오전 12:12:00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是中國留學生? 現在開始檢査體溫.(중국 유학생입니까? 지금부터 체온검사를 하겠습니다.)”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하얀 방역복을 착용한 남녀가 공항을 헤매고 있던 한 무리에 다가가 체온 측정기를 꺼내 들었다. 공항이나 정부 관계자가 아닌 중국인 유학생 수송을 위해 공항을 찾은 충북대 관계자들이다. 체온 측정이 끝나자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제공한 후 증상 체크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특별입국절차를 거친 유학생들이지만 철저한 감염 예방을 위해 이중 조치를 취한 것.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앞에서 충북대 관계자가 중국인 유학생 기숙사 수송을 위해 버스 탑승 전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탑승시간이 다가오자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공항 이곳저곳을 바삐 뛰어다니던 충북대 관계자는 “입국 예정이었으나 연락이 두절되거나 예정에 없던 학생이 추가되는 등 인원 변동이 생긴다”며 “원래 21명을 예상했는데 대략 15명 정도를 태울 것 같다”고 숨을 몰아쉬었다.

이 관계자는 베이징, 칭다오, 다롄 등에서 속속 도착하기 시작한 1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을 버스로 인솔했다. 버스 탑승 전 체온 검사를 또 진행하고 좌석에는 서로 붙어 앉아 있지 않도록 했다. 이들은 학교 도착 후 곧바로 기숙사에 들어가 2주간 격리생활을 한다.

입국장 곳곳서 방역복…버스엔 3중 방역까지

지난 24일부터 각 대학들은 저마다 공항 곳곳에 진을 치고 앉아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당수 중국 유학생들이 이번 주 입국해서다. 많은 대학들은 사전 조율을 통해 중국 유학생들이 이번 주에 입국하도록 유도했다. 지금 입국시켜 2주간 기숙사·자가 등에서 격리하면 개강일 전에 방역과 나머지 한국 학생 등 전체 입사까지 마무리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에 등록된 중국인 유학생 7만여명 중 3만8000여명은 아직 한국에 입국하지 않았다. 이 중 1만9000여명은 아직 입국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고 나머지 절반은 이번 주부터 개강 전까지 입국한다. 교육부는 이번 주에만 1만여명이 입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학들이 수송에 열을 올리는 것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거 입국으로 인한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감염 우려 때문이다. 유학생들이 입국해 기숙사나 자취방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대학이 최대한 통제해 감염을 막겠다는 의도다.

대학마다 상이하지만 점심 직후, 저녁, 심야 등 총 2~3회에 걸쳐 수송을 한다. 셔틀버스 외에도 수시로 콜밴을 통해 소수 인원을 수송한다. 인솔은 교직원과 대학이 임시로 고용한 중국어 가능 직원이나 학생으로 구성된 팀이 담당한다. 대학에 따라 지자체에 요청해 지원을 받기도 한다.

전북·전주대 중국인 유학생을 수송하기 위해 올라온 전주시 관계자는 “정해둔 기간 없이 중국에서 유학생이 오는 한 하루 두 번씩 공항에 와 수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7~29일 중국인 학생들의 기숙사 입사가 예정돼 있는 한국외대의 경우 아예 인천공항 1·2터미널과 김포공항에 별도 부스까지 마련해 전날부터 상주 인원을 배치했다. 셔틀버스에는 탑승 전, 탑승 후, 하차 후 3중 방역을 진행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기숙사 입사 인원 외 원룸 등 자취 인원들도 이송하기 위해 미리 부스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서대 관계자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한국 코로나가 더 심각해”…한국 입국 취소도 늘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학들의 긴급 수송과 방역 조치에도 중국 유학생들은 긴장하기보다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충북대 3학년생인 마원호(23)씨는 “대학이 철저하게 관리해줘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입국을 취소한 중국 유학생도 속출했다. 상당수 학교는 예상 인원보다 적은 유학생을 수송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희대도 서울캠퍼스 기준으로 어제 21명이 입사예정이었지만 15명에 그쳤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도 17명 중 5명만 입국했다.

중국 유학생들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국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세에 휴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 수송을 진행한 충북대 대학원생 오성룡(27)씨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대략 40%는 휴학을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전북대 학생인 유창(22)씨도 “며칠 전까지 휴학을 생각하다가 한국 정부를 믿고 입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옷 위에 우비를 걸쳐입고 보안경까지 착용한 같은 학교 박사과정 유이군(35)씨는 “내가 살던 장시성은 감염 위험이 별로 없었는데 한국이 더 무섭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이번 주를 집중관리주간으로 정하는 등 특별관리체계를 가동했다. 지자체 협조를 통해 셔틀운행과 비용을 지원하고 임시거주시설도 마련한다. 입국장엔 중국 입국 유학생 안내센터를 설치해 자가진단앱 설치 유무와 입국사실 대학 통보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감염 예방 행동요령도 안내한다.

하지만 대학 입장에서 걱정은 여전하다. A대학 국제교류처장은 “혁신사업비를 방역 관련 비용으로 쓰라고 했지만 모든 항목에 쓸 수는 없어 기숙사 격리인원에 대한 도시락 비용 등은 대학이 충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임시거주시설 마련에 대해서도 “비자 발급 조건에 따라 중국인 유학생 대부분 숙소를 구한 상태에서 입국하기 때문에 임시거주시설 마련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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