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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부 아프리카 국경없는 의사회의 치부조 오콘타 지부장은 전세계 빈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홍역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홍역은 브라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등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느라 홍역 방지를 소홀히 한 결과다. 독감, 콜레라 등 또다른 질병도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 추세다.
이들 지역은 재정 여력과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가난한 대륙’이다. 그런 만큼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른 전염병에도 취약하다다. 예기치 못한 ‘2중 팬데믹’으로 각 신흥국 경제는 마이너스(-) 10%에 육박하는 최악의 침체를 겪을 전망이다.
코로나 막다가…홍역·독감 무방비
코로나19 이후 중남미와 아프리카가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른 전염병이 덮치고, 그 대응 과정에서 경제마저 침체하는 악순환 고리다. 방역성과를 바탕으로 경제 재개를 모색하는 선진국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15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한국시간 기준) 브라질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86만7882명으로 하루 만에 1만7086명 급증했다. 2만4명 늘어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코로나19 ‘핫스팟’이다.
더큰 문제는 다른 전염병이 동시에 창궐하고 있다는 점이다. 겨울이 찾아온 남미는 특히 심각하다. 브라질,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등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급증하는 남미 남반구 국가들은 오는 21일부터 공식적인 겨울이 시작되는데, 계절성 독감 대유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의 감염병 전문가인 에두아르도 고투소는 스페인 EFE통신에 “(남미는) 두 종류의 팬데믹을 동시에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인 탓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독감뿐만 아니다. NYT에 따르면 아프리카 주요국을 중심으로 홍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전염병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현재 전세계 1억7800만명이 홍역 예방주사를 맞지 못해 전염병에 맨몸으로 노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NYT는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다보니 홍역 대비에 소홀해진 것이다.
‘2중 팬데믹’에 경제 침체 폭 커질듯
각종 전염병을 막는 과정에서 신흥국, 특히 가난한 나라일수록 경제적 충격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유니세프(UNICEF)의 로빈 낸디 예방접종 최고책임자는 “코로나19 회복에 집중하다가 홍역 등을 마주하는 나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보건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브라질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4%(올해 6월 기준)다. 올해 3월 전망치(1.7%)보다 9.1%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전세계 평균(-6.0%)보다 낮다. 브라질의 성장률은 코로나19가 재차 대규모 확산하는 시나리오 하에서는 -9.1%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멕시코(-7.5%)와 아르헨티나(-8.3%)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의 경제 강국은 남아공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5%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