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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보면 ‘갈 곳 잃은 돈’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599조7909억원) 대비 90조원가량 증가했으며, 지난달 말(681조6197억원)보다도 9조원 가까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주식·부동산은 물론 가상자산(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 수요가 늘면서다. 반면 올해 하반기 요구불예금이 급증한 것은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정체기를 맞으며 자산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 필요성이 과거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저(低)원가성인 요구불예금을 보유하는 것이 수익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며 “한시적으로 완화된 예대율 규제(85%)가 내년에 다시 100%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들은 이미 100%를 맞추고 있어 예대율을 맞추기 위한 수신 확보 유인 역시 적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대기성 자금 유치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 창구가 다양한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사실상 수신만으로 대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난 25일 기준금리 인상(0.75→1%) 직후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일제히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과 저축은행 간 수신금리 격차가 작아지면 저축은행 금리경쟁력이 떨어져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수신금리를 올리면 수익 창출을 위해 대출금리도 인상해야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지난 7월 20%까지 낮아진 데다, 중금리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분기마다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어 대출금리 인상 시 ‘고금리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