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우크라 전쟁 공포에 시장 '털썩'…나스닥 2.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공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공포감에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다.

(사진= AFP)

갈수록 깊어지는 미러 갈등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8% 하락한 3만4312.03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2% 내린 4380.2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8% 급락한 1만3716.72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45% 떨어졌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5.64% 오른 28.09를 기록했다. 어느덧 30선에 근접하면서 투자 심리가 나빠지고 있음을 방증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우크라이나 사태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서 전쟁 위기감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친러시아 반군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주에서 박격포와 수류탄 발사기, 기관총 등으로 4차례에 걸쳐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루간스크주는 도네츠크주와 함께 러시아 국경에 접한 곳이다. 두 지역을 합쳐 ‘돈바스’라고 부른다.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이다. 양측이 이날 선제공격 여부를 두고 공방을 펼친 것이다.

미러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군대를 이동하고 있고 위장 작전을 시도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정보기관들은 그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 받은 것처럼 꾸며 공격할 명분을 만드는 위장 작전 가능성을 제기해 왔는데, 이를 다시 확인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금은 위기의 순간”이라며 “러시아 군대가 수일 내 우크라이나 공격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할 유일한 방법은 외교”라며 러시아에 외교장관 회담을 제안했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전쟁 공포 여전히 현재진행형

러시아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바트 고먼 부대사를 추방했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미국에 보낸 안전 보장 협상 관련 답변을 통해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미 전달한 무기는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어떠한 연합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소련의 부활을 연상 시킬 만한 조치들이다.

이에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87% 내린 7537.37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0.67%,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26% 각각 떨어졌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0.58%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는 여전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치가 없다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이 가파른 긴축에 나설 경우 시장은 더 흔드릴 수 있다.

외환거래업에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가 격렬했다”며 “이와 동시에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가능성을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장 개장 전 나온 고용 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8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3000건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21만8000건)를 상회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공포에도 서방과 이란간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알리 바게리카니 이란 외무차관은 “현재 타결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라며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2% 내린 배럴당 91.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