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올 장마. 자동차 운전자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가만히 놔둔 차 실내에 물이 들어오는 누수(漏水) 때문이다. 특히 출시한 지 2년도 안 된 신차 현대차 싼타페에 유난히 누수 결함이 많았고, 회사는 무상수리 시행에 이어 관련 보증기간을 기존 2~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며 전례 없이 공개 사과했다.
사실 누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흔한 결함이다. 게다가 일단 누수가 시작되면 곰팡이, 녹 등 이차적인 피해를 낳는다.
자동차 제조사나 정비소에서도 누수는 골칫덩이다. 차에는 수많은 틈새와 구멍이 있다. 물 새는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리고 대부분 자동차 제조 공정은 자동화됐지만, 차량 틈새와 구멍을 실링으로 막는 것은 아직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그만큼 불량 가능성이 크고 일단 발생하면 원인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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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관계자는 “잘못한 건 스스로 인정하고 확실히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공개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누수만으론 리콜 대상이 아니다.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유럽·일본도 마찬가지다. 스즈키가 지난 2010년 일본에서 43만대를 리콜한 게 유일하다. 그것도 누수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리콜은 안전과 관련한 결함에 대해 이뤄진다. 스즈키 차량 앞부분에 흘러 들어간 물이 에어컨 전기 배선으로 이어져 화재가 발생했다.
대신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도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상수리 제도를 소비자 위주로 전면 개편한다. 새 무상수리 제도는 당국이 제조사에 수리 범위나 방법을 강제한다. 리콜처럼 소비자에도 직접 통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제조사는 처벌된다.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자동차 문화 선진화에 이바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