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중FTA '찬밥'된 보일러업계

  • 등록 2015-02-06 오전 3:00:00

    수정 2015-02-06 오전 3:0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입춘도 지나 새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요새 보일러업체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탓에 2년째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중국산 보일러제품의 ‘관세 즉시철폐’가 포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 타결됐다.

중국산 제품에 비해 경동나비엔(009450), 귀뚜라미 등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은 뛰어나다. 문제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독일 바일란트·보쉬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업체들에 결코 밀리지 않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중 FTA 타결로 이들 업체가 중국서 만든 보일러들은 무관세로 한국시장에 밀려올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국내 보일러 업체가 중국 수출시 부담하는 관세는 매년 1% 포인트씩 하락, 10년뒤에나 철폐된다. 국내서 만든 보일러들이 중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더 어렵다는 얘기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업계 의견 한번 들어보지 않고, 한중 FTA를 타결할 수 있는 지 정말 어이가 없다”며 허탈해했다. 한중 FTA 타결을 서두르면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한중 FTA를 타결한 뒤에야 보일러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심지어 한중 FTA 타결의 주요 내용을 담은 공개자료에 공산품에 대한 세부내용은 모두 빠져있다. 이는 중국과 FTA 가서명이후에 공산품 양허 품목표를 공개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2월부터 보일러업계 관계자들은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한 전시회 지원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불공평하게 짜여진 관세부분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손대기 어렵다”고 했다.

자동차와 쌀 등이 민감한 품목으로 한중 FTA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거나 민심이 들썩이는 농산물에 대해 정부는 충분히 사전검토한 후 FTA 타결에 나섰다. 하지만 보일러 등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덜 중요한 분야는 소홀했다는 평가다.

녹록지 않은 대외환경 속에서도 보일러업체들은 각자도생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중국, 미국, 러시아 법인 설립에 이어 영국에 R&D센터를 세우고,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러시아에 10여개 배급망을 통해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도 내수시장보다 해외진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품질이 좋더라도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 글로벌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보일러업계 현실을 무시한 한중 FTA 타결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중소기업 육성·뿌리산업 살리기’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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