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서민대출 문턱만 높아졌다

정부 '보금자리론' 전면 개편
주택 가격은 9억→6억으로 하향
대출 한도도 5억→3억으로 낮춰
전문 "부동산 시장 위축될 것"
  • 등록 2016-12-09 오전 6:00:00

    수정 2016-12-09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노희준 원다연 기자] 정부가 8일 발표한 ‘정책 모기지 개편 방안’은 실수요자 지원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서민대출 상품의 대출요건을 강화,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 대책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대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수요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보금자리론 ‘정조준’…“투기 수요 잡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보금자리론에 대한 요건 강화다. 소득 요건 신설(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주택가격 하향(9억원→6억원), 대출한도 하향(5억원→3억원)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서민 취약계층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서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책 모기지 3종 세트 가운데 보금자리론에 집중해 ‘메스’를 댄 것은 바로 실수요 지원 강화의 이면에 있는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올해 대출 이용자 분포를 보면 보금자리론을 받은 대출자 가운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차입자에 대한 대출금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량은 41조원으로 지난해(31조원) 대비 32%나 늘었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의 증가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달 말까지 은행권에서 판매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 판매 비중은 29%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보금자리론은 대출 조건이 관대한 데다 금리가 일반 대출상품보다 낮다는 이점이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소득요건이 없고 주택가격 기준도 높아 고소득 자산가들도 이 상품을 이용한다”며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공급되도록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 요건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 처분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대 3년인 일시적 2주택 허용기간 내에 주택 처분기한을 대출 약정 때 선택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최대 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한다. 일종의 ‘패널티 금리’인 셈이다. 현재는 3년 동안 2주택을 보유할 수 있어 낮은 금리의 보금자리론을 받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사는 투자 수요가 많았다는 해석이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 자금조달 부담 가중

정부와 금융당국은 제도 요건 강화로 대상자와 대출금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그 규모는 연간 3조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다. 연소득 7000만원(부부합산)이면 소득 8분위(80%)까지 포함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제 실수요층의 체감도는 더 낮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벌써 해당 실수요층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내년 1분기(1∼3월)에만 8만여 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는데 정책 모기지를 통해 자금줄을 대려던 실수요자로서는 대출받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은행권 여신심사가 빠르게 강화하는 추세에서 지금까지 정책 모기지가 수요자의 숨통을 열어줬다”며 “주요 대도시에서 신축 갈아타기나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중산층은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에 대응해 정책 모기지를 활용해 보려던 계획을 이루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도 “서울 웬만한 지역에서 전용면적 85㎡만 해도 6억원을 넘어서는 곳이 많은데 이렇게 요건이 강화되면 실수요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정책대출 요건을 강화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은행도 전반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입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책이 가계부채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투자수요가 줄어든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용어설명 적격대출·보금자리론·디딤돌 대출

적격대출이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이 확보한 대출 채권을 모아 모기지담보부증권(MBS)으로 유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보금자리론은 적격대출과 마찬가지로 주금공이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다. 적격대출은 자격 대상이나 주택에 제한이 없지만,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 등 서민들이 소형주택을 살 때만 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택 구입을 돕기 위한 장기·저리·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득요건 주택가격, 대출한도, 주택 면적(85㎡ 이하)등에서 여러 제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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