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와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규제 대상을 철강과 금속, 태양전지, 세탁기, 화학, 기계, 섬유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최악 상황에 내몰릴 위기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했다. 삼성·LG가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200만대 이상으로, 금액으로는 약 10억달러 수준이다. 미국에 수출되는 세탁기 80만대 이상이 50%의 고(高)관세를 맞는다는 의미다.
ITC는 또 120만대 수출 물량에 대해서도 20% 추가 관세를 매기고, 5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부품에 대해서도 완성품처럼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권고해 삼성·LG가 받는 충격이 배가됐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세이프가드의 영향권을 비켜가긴 힘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ITC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검토해 60일 이내에 결정하게 된다.
삼성·LG 뿐 아니라,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LG화학(051910), 한화케미칼, 한화큐셀, OCI(010060) 애경, 효성(004800), 현대중공업(009540) 등 우리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다.
태양광 모듈· 셀 등을 생산하는 태양광업계는 지난 9월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미국 ITC의 권고안을 받아들고 허탈해 하고 있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에 시달렸던 철강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 최종 시행 여부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유희진 안양대 국제통상유통학과 교수는 “미국내 일자리 창출과 무역 적자 해소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져준 것”이라면서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이 ‘갑(甲)’의 위치에서 다른 국가들에 대한 통상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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