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소화제] 무관심이 만든 홍준표의 셀프임명

  • 등록 2018-01-21 오전 9:27:34

    수정 2018-02-09 오후 2:48:59

19일 오후 제주시 용담동 미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주도당 신년인사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대표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회의원 뱃지를 달지 않은 ‘원외’ 당 대표가 조직위원장을 맡는건 이례적입니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임명’이라는 표현이 있네요. 홍 대표는 당의 최고 결정권자이고 당원협의회는 가장 말단 조직인데 누가 누구를 임명했다는걸까요? 홍 대표, 아니 홍 위원장은 누구에게 임명장을 받게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홍 ‘위원장’은 홍 ‘대표’에게 임명장을 받습니다. 이를 두고 ‘친박’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당헌당규를 내팽개치고 자기 멋대로 당 운영을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셀프 임명’이라는거죠. 하지만 규정상 문제는 없습니다. 당규, 그러니까 당의 규약이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당 당규 30조를 보면 당원협의회 위원장 자리가 빈 경우에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조직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조직위원장은 당협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절차인 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애초에 기존 당협위원장을 물러나게 한 건 당 지도부입니다. 한국당 당규 28조는 최고위원회에서 당협위원장 사퇴를 의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당헌에 따라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장을 맡는데다 당협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할 당시 최고위원들이 ‘친홍’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 대표의 손길이 말단 조직까지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 대표도 74개 지역 당협위원장을 해임하고 새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중앙당 지도부가 깊게 관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겁니다.

다시 말해 한국당은 당 대표 한 사람이 당의 모든 권한을 쥐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이 사실상 1인 독재 체제를 허용하고 있는거죠. 이런 제도 아래서 홍 대표가 아니라 누가 대표가 돼도 사당화 논란은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비판 받아야할 대상은 홍 대표가 아니라 당원들입니다. 당 대표의 권한을 규정한 당헌당규는 결국 당원들의 투표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당헌당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개정됐습니다. 한 명이 강력한 권한을 쥐고 당을 이끌어야 흩어진 민심을 그나마 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4·19 혁명 이후 혼란한 상황을 바로잡겠다며 5·16 군사정변을 감행한 박정희 소장과 같은 논리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선이 끝난 뒤 이를 돌려 놨어야합니다. 탄핵을 거치며 1인 체제가 얼마나 위험한건지 겪었으면서도 다시 한 사람에게 권한을 몰아주는건 민주적인 정당 질서를 포기하겠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당헌당규에 적힌 당 대표의 권한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홍 대표의 사당화만 비판하는 당원들이 반성해야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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