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 셧다운 장기화…글로벌 공급망 '흔들'

①제조업 전후방 공급망 붕괴
②글로벌 2위 소비시장 몰락
③폐쇄된 중국…요우커 지출↓
④아시아 금융중심지의 마비
  • 등록 2020-02-24 오전 4:00:00

    수정 2020-02-24 오전 4:00:00

코로나19 환자가 집중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홍콩인 승선객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귀국해 버스에 나눠 타고 격리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베이징=신정은 특파원] “매우 높은 중국 산업 의존도를 다시 생각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의 재정경제부 청사.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경부 장관은 재계 인사들을 급히 불러모았다. 프랑스는 23일 오전 현재(한국시간 기준) 누적 확진자가 12명이다. 확진자가 600명을 넘긴 한국과 비교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프랑스는 중국과 경제교류가 두드러지게 활발한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도 프랑스 경제장관이 코로나19를 거론하며 이같은 우려를 표방한 것은 건 산업계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문제 때문이다. 프랑스의 주력 산업은 자동차, 제약, 와인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세 업종 모두 직격탄을 맞을 위기여서다.

르메르 장관은 이날 “일부 의약품은 핵심 원료의 80%를 중국에서 조달하다보니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브레이크 페달 등도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사태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정상가동하지 않은데 따른 후유증이다. 중국은 프랑스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프랑스가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지 걱정하는 이유다.

중국發 제조업 전후방 공급망 붕괴

프랑스의 걱정은 세계 경제의 핵심축으로 성장한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전역을 넘어 북미와 유럽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 탓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또한 커졌다.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 생산, 소비, 여행, 금융 등 세계 경제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6%에서 2018년 15.7%까지 급등했다. 전세계 상품교역(수출 기준)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2018년 12.8%로 올랐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중 절반에 가까운 40.5%는 중국의 몫이다. 중국이 세계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의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자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크게 두 경로다. 중국이 구매를 중단하자 공급망에 참여한 기업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감소했다. 두번째는 중국의 중간재 생산 차질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둘 모두 한국 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분야다.

블룸버그통신은 “단기간에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처를 찾기 쉽지 않다”며 “전세계 공급망 교란이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코로나19가 발병한) 후베이성과 그 주변에 공장이 있는 자동차부품, 정보통신(IT),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 둔화는 공급망 붕괴 못지 않은 걱정거리다. 중국 내 스타벅스는 아직 일부 매장의 영업을 중지하고 있다. 문을 연 곳도 포장과 배달만 할뿐 매장 이용은 금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를 보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중 25%는 영업을 중단했다. 일반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후 기업들의 업무 재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배달만 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수입 수요가 큰 화장품, 영유아 용품, 시계, 안경, 액세서리, 자동차 등 소비재를 수출하는 나라는 당장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다.

왕빈 상무부 시장운영사 부사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이번달 (민간 소비시장이) 가장 악화할 것”이라며 “외식, 숙박, 관광, 문화, 오락 등 서비스 분야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폐쇄된 중국…‘큰 손’ 요우커 지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큰 손’ 노릇을 했던 요우커들이 사라진 것도 세계 경제에 악재다. 심지어 다수 국가들은 중국인의 입국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올해 요우커의 지출액이 30%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요우커가 남대문에서 밥을 먹고 명동에서 옷을 사는 돈은 통계상 서비스수출로 잡힌다. 이 수치가 하락할 경우 ‘거시경제 안전판’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이는 곧 대외신인도 저하로 이어지며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10원에 근접(원화 가치 하락)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중국은 생산과 소비에 이어 금융 왕좌까지 넘보는 나라다. 영국계 컨설팅기관인 지옌(Z/Yen)이 산정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중국 상하이(5위)와 베이징(7위), 선전(9위)은 세계 최상위 금융중심지다. 홍콩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이은 3위의 거점이다. 서울(36위)과는 금융 역량이 비교가 안 된다.

금융중심지는 각종 금융 인프라가 집적되고 글로벌 빅딜(deal)이 활발한 곳이다. 대면 금융 거래도 많다. 그런만큼 코로나19로 금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6곳의 헤드헌터들과 인터뷰한 후 “모든 금융기관들이 채용을 중단했거나 줄였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쉽지 않아지고 거래량이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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